
■ 요즘 어떻게 - 배창호 감독
“9년前 쓴 초고 20여번 고쳐
국제 프로젝트로 추진할 것
제작파트너들 기다리고 있어
벤허 등 명작이 사라진 시대
‘예술성+보편성’작품 나와야”
배창호(71) 감독은 요즘 주변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멋있어진다”는 말을 듣는다. 얼굴 피부가 맑아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데다가 옷을 잘 챙겨입기 때문이다.
“젊었을 땐 용모, 복장 같은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고 했지요(웃음). 결혼한 이후 아내가 관리를 해 주니 달라졌을 거예요.”
그는 규칙적 생활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술과 담배를 끊은 지 오래됐으며, 서울 구의동 집 근처의 아차산에 자주 오른다.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며 일상을 잘 살려고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의 영화동호회, 교회 등에서 초대를 하면 기꺼이 가서 강연을 하지요. 최근엔 한국-베트남 합작영화 추진위원 자격으로 하노이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는 작년에 이장호 감독, 손정순 작가출판사 대표 등과 함께 ‘최인호 청년문화상’ 제정에 앞장섰다. 그가 젊은 시절 영화계 혜성으로 각광 받은 것은 연세대 동문이었던 최인호 작가와의 동행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82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연출 데뷔한 그는 최 작가와 손을 잡고 ‘고래사냥’ 등의 작품을 잇따라 흥행시켰다.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1980년대 한국영화 도약을 이끌었다. 1990년대 이후엔 한국 미학의 정체성을 탐색하며 자신만의 작가적 영토를 개척했다. 1993년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유미 씨와 결혼한 후 아내가 주인공인 작품들을 만들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건국대 영화예술학과 교수(2004∼2007)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영화 연출을 지속했으나, 2010년 ‘여행’이 메가폰의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늘 영화 쪽에 머물러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2018∼2022) 등으로 기여했다.
“아시다시피, 제가 대학 다닐 때 경영학을 공부하고 종합상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영화제 조직 운영 같은 것도 잘하는 편이에요. 울주산악영화제를 통해 젊은 세대와 교류하며 새로운 걸 많이 느꼈어요. 하지만 집행위원장 임기가 남았음에도 스스로 그만뒀어요. 예수 그리스도에 더 집중하자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그가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기독교 영화이다. 신약성서 4복음서를 원전으로 예수의 생애를 다루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이 독실한 신앙인이자 영화감독인 그의 포부이다.
“그리스도를 다룬 기존 영화가 많고, 유튜브 영상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성서에 정확히 근거하면서도 이 시대에 맞게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40년 동안 영화를 하며 지속적으로 추구한 테마가 ‘사랑’인데, 가장 위대한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9년 전에 쓴 시나리오 초고는 벌써 20번 넘게 고쳤다. 2시간짜리 영화로는 3부작, OTT 작품으로 하면 8부작으로 구상했다.
“국제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싶어서 제작 파트너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앙적으로 말하면, 제 능력만으로는 안 되고 주님이 이끌어 주셔야 하는 일이지요.”
그는 프로젝트에 아직 진척은 없으나 의지를 굳게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소명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벤허 등 명작이 사라진 시대에 예술성, 보편성이 합쳐진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며 그리스도께서 허락하시는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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