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파묘’ 이화림役 김고은

배우 김고은(사진)이 무속인으로 돌아왔다. 파격적이었던 데뷔작 ‘은교’ 이후, 한동안 달콤한 로맨스나 뭉클한 휴먼드라마에서 부드러운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김고은으로선 오랜만에 강렬한 역할이다. 더구나 영화는 개봉 나흘 만에 2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질주 중이다. 배우로서 연기 갈증과 흥행 갈증을 동시에 씻겨줄 영화 ‘파묘’는 그래서 김고은에게 더 특별하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파묘’로 연기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파묘’는 ‘무서운 것’을 보러 온 관객이 ‘험한 것’을 느끼고, 추적하며 잡는 쾌감을 느끼는 영화다. 여기서 김고은은 영을 보는 무당 ‘이화림’ 역을 맡았다. 무속인 역할을 주저 없이 맡은 이유부터 물었다. 김고은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고, 어떤 역할은 하기 싫다는 제약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며 “작품을 만나는 것은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 내가 원한다고 되거나 원치 않는다고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끄집어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있는 작품이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며 “그래서 ‘파묘’가 왔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기독교 신자다. 김고은은 “역할이 무속인이라 고민했던 부분은 조금도 없었다”며 “무속신앙에 대해선 많이 무지한데,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만 들었다”고 말했다. “어설프면 안 되니까요.”

김고은은 “어설프지 않기 위해” 실제 무속인들을 만나 생활하며 주요 장면을 지도받았다. 엄청난 양의 경문을 외고, 리허설을 반복하며 몇 시간씩 굿 장면을 찍었다. 영화 초반 관객의 몰입을 이끄는 대살굿 신은 노력의 결실이다. 연기 대가 선배들이 “진짜 신들리는 것 아니냐”(최민식)라거나 “피 말리는 연습이 필요했을 것 같다”(유해진)고 감탄한 장면이다.

김고은은 “경문을 외우는 게 가장 스트레스였다”며 “굿을 시작하는 대목인데, 여기서 어색하면 다른 연기를 잘해도 ‘말짱 도루묵’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같은 무속인이라도 매번 경문을 외는 속도와 음의 고저가 달랐다. 그래서 김고은은 “여러 버전을 녹음해서 내가 가장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박자와 음을 통으로 외웠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함께 호흡을 맞춘 최민식을 ‘히딩크’(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라고 지칭하며 “현장의 기둥”이라고 말했다. 최민식이 앞서 김고은의 연기를 칭찬하며 ‘파묘’팀의 ‘손흥민’이라고 칭찬한 데 대한 화답 차원이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진지했다. 김고은은 “현장에서 최민식 선배가 중심에 있으면서 유머를 계속 던지며 에너지를 올려줬다”며 “소심함이 사라지면서 과감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한 장면 찍고 오면, 박수 치면서 ‘돗자리 하나 까는 것 아니냐’고 하셨어요. 저 스스로 갸우뚱하고 있을 때 그런 응원을 해주시니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김고은은 한때 ‘돈값’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한 유튜브 방송에서 배우로서 작품의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돈값 해야지’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하는 유머”라며 “굉장히 힘든 촬영을 앞두고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하는 나만의 최면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침은 절대 아니에요. 그래도 ‘받았으니까 해야지’란 말 안에 제 진심이 있어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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