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박경훈(28)·김혜영(여·29) 부부
저(혜영)는 친구의 사촌 동생과 결혼했습니다. 저와 같은 대학 간호학과 동기이자 친구와 대화하다 이상형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곰 같은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았는데, 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사촌 동생을 언급하며 소개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소개팅은 흐지부지됐고, 그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그사이 사귀던 사람과 연애는 잘 안 됐어요. 일찌감치 ‘더 이상 내 인생에 남자는 없다’고 생각할 무렵, 친구가 예전에 소개해준다는 사촌 동생 얘기를 꺼냈어요. 마지막 소개팅이라고 생각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죠.
사실 남편의 첫인상은 별로였어요. 큰 키에 쌍꺼풀 짙은 눈, 외적으로는 정말 곰 같았어요. 친구의 사촌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았어요. 두 번째 만남에서 솔직한 제 심정을 남편에게 말했죠. 남자가 아닌 동생으로밖에 안 보인다고요. 남편이 제 얘기를 듣다가 그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고민하다가 ‘누나’라는 호칭도 빼고 반말을 해보자고 제안했죠. 신기하게 말을 편하게 하면서 관계도 가까워졌어요.
3년 연애 기간 중 아찔했던 사건도 있었어요. 2년 전 이맘때 일인데 아직도 그날의 충격이 생생해요. 여느 때처럼 남편이 퇴근길에 제게 전화했어요. 남편이 갑자기 다급하게 “혜영아, 나 전화 좀 끊을게!!”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날 저녁 늦게까지도 남편 연락이 없더라고요. 안부를 묻는 제 메시지에도 답장이 없었어요. 자정을 넘기고 나서야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 사고가 났었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통화를 끊고 불과 몇 초 뒤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차는 폐차 수준으로 망가졌지만, 다행히 남편은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그 사건 이후 서로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저희는 지난해 2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항상 제 옆에서 든든하고 우직한 곰 같은 남편에게 고마워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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