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합니다 - 아내와 아들에게
언제부터인가 산다는 게 경비원 일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피곤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이다. 좀 더 나은 일을 구하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오랜 방황 끝에 얻게 된 직업이 경비원이다. 짜증이 나고 힘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 경비원 일을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이 돌아온다. 야간 경비원으로 출근하면 모든 잡념을 버리고 건물 주변을 돌아본다. 먼저 들어온 경비원이 엉뚱한 업무를 시키는 것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생계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졸음을 참을 수가 없다. 퇴근하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잠들었는데 교대하는 직원이 눈 뜨고 집에 가서 자라고 소리친 적도 있다. 남들 잘 때 자는 직업이 최고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몸도 힘들지만,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경비원은 감정노동자이기도 하다. 민원인들의 멸시를 견디면서 도인이 됐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새삼 이해하게 됐다. 하루에도 사직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나 역시 관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당장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적은 봉급으로 생활을 감당하기 힘들어 아내는 식당에서 그릇 닦는 일을 한다. 작은 급여지만 월급을 받으면 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꾹 참게 된다.
요즘 경비원도 사라지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경비원도 인원 감축 시대가 온 것이다. 중요 시설은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필수 인원으로 시스템이 돌아간다.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서로 도움을 주는 게 더불어 사는 길이라고 느껴진다. 업무를 마치고 동료와 식사하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누구보다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와는 끈끈한 정으로 온기가 흐른다.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세월이 다 갔다.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가족을 위한 책임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고단한 삶을 살며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빠듯하게 살면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돈이 많든 적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일선에서 물러나면 남들처럼 편하게 잠을 자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다. 그런 날도 얼마 안 남았겠지….
나이가 들수록 그 무엇보다 가족이 정말 소중하고 가족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다. 가족이 있어서 어려움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아내와 함께 자식을 키우며 열심히 살았다. 훌륭하게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낀다. 화려한 꽃송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에 최고의 꽃송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나에게 늘 힘이 되는 우리 가족, 고맙고 사랑한다.
송하균(경비원)
‘그립습니다 · 자랑합니다 · 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