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월드코인’ 국내 과열 조짐
빗썸 하루 거래량 가상화폐중 최고
결제기능 없고 물량·재원 깜깜
당국 “국내는 규제에 구멍 존재
개별 코인 관련 언급은 어려워”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월드코인(WLD)’의 국내 거래량이 폭증하며 대장주인 비트코인 거래량을 앞질렀다. 인기는 ‘인공지능(AI) 테마주 코인’이라는 화제성과 ‘인간을 위해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철학에 따라 홍채 등록만으로도 코인을 지급하는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과거 도지코인 열풍처럼 밈(Meme) 코인화와 이에 따른 과열투자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27일 오전 8시 50분 현재 월드코인의 24시간 거래금액은 2406억 원으로, 원화마켓 가상화폐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2381억 원, 이더리움은 941억 원이다. 월드코인의 시가총액(1조4541억 원)은 비트코인(1426조2185억 원)의 980분의 1에 불과하다.
월드코인의 인기는 올트먼의 명성에 더해 반도체업체 엔비디아 ‘어닝서프라이즈’에 따른 AI 열풍 때문으로 보인다. AI 테마주에 이어 AI 테마코인까지 들썩이는 것으로, 월드코인 가격은 지난 14일 3.0달러(약 4000원)에서 오픈AI가 ‘소라(Sora)’를 공개한 뒤 25일에는 9.3달러(약 1만2400원)까지 치솟았다. 홍채 등록 시 1년간 76개(최초 10개) 코인을 무상 지급하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세 기준 약 83만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코인의 인기와 가격 상승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제 기능을 갖춘 비트코인이나 계약서 등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이더리움 등과 달리 효용성이 떨어져서다. 미국 유력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밈 코인인 ‘마가(MAGA)’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도지코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월드코인은 해당 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 가격이 오르면 이를 기반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백서에 따르면 전체 발행 물량의 13.5%는 코인 투자자 몫이다. 인기가 오르면 투자자 이익도 증가하는 구조다. 발행 물량도 약 100억 개로만 돼 있지, 구체적 숫자는 ‘깜깜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발행이기 때문에 국내에선 규제 공백이 있지만, 개별 코인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월드코인 지급 방식도 논란이다. 월드코인은 안구 홍채를 등록하는 사람의 월드 ID를 생성하고, 코인도 무료로 제공한다. 등록된 홍채는 블록체인 검증 과정을 거쳐 데이터로 저장된다. 문제는 홍채가 주요 생체인증 수단으로 국내에서는 이미 금융거래 인증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아 향후 AI 시대에 활용도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과 프랑스, 인도, 홍콩, 브라질 등에서는 월드코인의 홍채 인증 작업이 금지돼 있다. 개인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수집한 개인 정보를 동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유출될 경우가 문제로 과징금·형사 처벌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안 사고도 발생해 인도 등에 설치된 홍채 스캔기 운영자의 기기에서는 지난해 비밀번호 해킹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병남·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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