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M’시장 패권경쟁 격화

SK하이닉스, 엔비디아에
4세대 독점공급‘선점 효과’

삼성, 12단 적층 제품 개발
“상반기내 양산… 시장 주도”

마이크론, 5세대 직행 승부수
엔비디아 납품 예고로 맞불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공교롭게도 인공지능(AI)용 D램 반도체로 널리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12층으로 쌓아 올린 5세대 기술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같은 날 발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세대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넘겨준 두 회사가 5세대 기술로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4세대 HBM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선점 효과를 누린 SK하이닉스도 5세대 양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D램 3사 간의 AI 패권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업계 최초로 12단 5세대 HBM을 개발, 올 상반기 중 양산키로 했다. 미래 수요에 대응해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고객사 일정에 맞춰 12단 제품을 순조롭게 제품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앞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HBM3E는 계획한 일정대로 양산 중”이라며 “올해 상반기 내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4세대 제품을 건너뛰고 5세대로 직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마이크론은 2분기 제품 양산은 물론 엔비디아 납품을 예고하며 맞불을 놓았다. 마이크론은 내년까지 HBM 시장 점유율을 범용 D램 점유율인 2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트렌드포스가 지난해 8월 예측한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각각 47~49%, 마이크론이 3~5%였다. 업계에서는 현재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은 10% 안팎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는 미국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삼성전자·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 소식에 이날 장 초반 1%대 하락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증권가는 글로벌 AI 훈풍을 좀처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의 약세 현상에 대해 뒤늦게 HBM 시장에 뛰어든 후발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HBM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를 2023년 30억8000만 달러(약 4조1000억 원)에서 2027년 63억4000만 달러(8조44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가트너도 2023년 11억 달러(1조4600억 원)에서 2027년 51억7000만 달러(6조8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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