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경제전망 보고서

중국·미국 이은 3대 수출국 도약
AI·반도체 등 경쟁력 키워야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 특수’가 점차 사라지고, 대신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을 대안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하고 있어 대(對)아세안 수출 규모는 향후 더 확대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은행의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5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이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로 중국(19.7%)과 미국(18.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분쟁에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커진 기업들이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 국가에 생산거점을 늘리고 있는 영향이 컸다. 아세안 5개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FDI) 비중도 8.1%로, 조세 피난처인 케이맨군도를 제외하면 미국(46.1%)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아세안 수출품 대부분은 중간재로, 재가공돼 선진국에 다시 수출되고 있는데 특히 미국 소비와 연계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아세안 5개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품 중 미국·유럽연합(EU)을 최종 귀착지로 하는 비중은 2015년 대비 5.6%포인트 확대됐다. 중국 귀착 비중은 같은 기간 4.6%포인트 늘었다. 한은은 앞으로 우리나라 수출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정보통신(IT) 경기 회복세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향상시킨 중국 기업들이 아세안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아세안 지역에서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의 시장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아세안 수출이 중간재 비중이 높은 대중국 수출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는 영향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우주·항공·전자부품·컴퓨터 및 사무기기·IT 등 고위 기술 중간재 제품의 점유율은 상승세를 멈추고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아세안 수출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중간재 수출 품목을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소비재 수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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