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증시가 미국·일본은 물론 대만보다도 현저히 저평가 받는 현실을 계속 방치할 경우 경제 성장이나 국민의 노후를 위한 재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1400만 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일·미와 비교해 위화감을 느낄 만큼 부진하다. 특히, 일본은 주식시장 호황이 정부의 증시 밸류업 대책 효과 때문인 만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이번 방안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에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3분기 내에 개발하며, 이를 기반으로 4분기 내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발표대로 추진되면 주주환원율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장기업들의 평균 PBR은 0.9배 안팎으로 일본(1.8배)의 절반 수준이고, 미국의 나스닥(5배)이나 S&P(3.7배)에 비하면 크게 낮다. 기업의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나 높은 세금을 이유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권 보호막이 취약한 기업을 상대로 단기 주가 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게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만들거나, 지나치게 높은 대주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주주환원율 제고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필요 요건이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아무리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싶어도 기업이 좋은 경영 실적을 내지 못하거나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없다.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으로 오래 군림해 온 것이나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반도체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로 부상하게 된 것도 팀 쿡과 젠슨 황이라는 탁월한 CEO와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상상을 초월한 경영 실적과 미래 전망으로 주가가 최근 1년간 240% 올라 MS와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넘는 빅테크 기업에 합류하게 됐다. 반면, 한국을 대표해 온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부진과 미래 전망 불투명으로 전 세계적인 AI반도체 주가 랠리에서 홀로 소외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 S&P의 연평균 주가상승률은 17%인데, 우리나라 코스피의 주가상승률은 연평균 3%에 불과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실효성 있게 이뤄지려면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올바른 기업 지배구조 확립이 관건이다. 지금처럼 독립성을 상실한 이사회 구조에서는 유능한 CEO 선임이나 잘못된 의사 결정에 대한 견제는 물론 CEO나 대주주의 이해와 일반 주주의 이해가 충돌할 때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CEO와 사외이사 간의 유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임기를 단임제로 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사외이사들의 임기 연장을 고리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무뎌져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