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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교사로 30년 넘게 생활하다가 이제 퇴임합니다. 시간에 따라 학교 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을 겪으며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며 살았는데, 막상 그만두려니 후회가 많네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훨씬 빨리 퇴직을 했고 이 나이까지 일한 것도 운이 좋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친구들이 은퇴 후 우울증에 빠졌다는 얘기도 들었고 “당장 집에서 뭐하나”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내 삶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일과 가정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재테크를 하지 못하고 좀 더 폭넓은 경험을 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일하지 못하는 저 자신이 가치가 있나 걱정이 됩니다. 아직 우울증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은퇴 후가 위험하니 병원에 가서 상담받고 예방하는 것이 좋을까요?

A : ‘인생 성공이냐 실패냐’ 단정짓지 말고 새로운 삶 준비해야

▶▶ 솔루션


은퇴하는 시기에는 이제까지 삶을 돌아보면서 잘한 것과 못 한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 과정은 좋은 마무리를 위해서 필요하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과 반성하는 마음이 조화를 이룰 때 앞으로의 삶을 더욱 생산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잘한 사람도 없고, 잘못 살기만 한 사람도 없으므로 ‘성공이냐 실패냐’를 자꾸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한 어떤 부분이 아쉽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요?

1920년생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어보면 젊어서는 용기, 늙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일과 명예의 욕심 때문에 후배들의 시간과 가능성을 빼앗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정년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내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아무리 선한 의욕이라고 해도 무한정 펼치는 것을 자제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노년기의 지혜는 젊은이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늙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를 보여주는 책임이라는 그런 지적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무기력함이나 삶의 재미가 떨어진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잠깐씩 우울감이 든다고 해서 질병은 아닙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가 심한 것도 우울증 증상이어서 조금 걱정은 되는데, 그로 인해 현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잠을 못 자거나 입맛이 떨어지고, 살기 싫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소화가 안 되는 등 신체 증상이 동반되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내가 우울증인지 아닌지 점검을 하고, 언제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열린 태도는 참으로 좋습니다.

물론 갱년기, 산후, 은퇴 등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 가능성을 대비해서 미리 병원에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증상으로 생활이 불편해지면 그때 방문해서 빠른 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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