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응급차로 이송해온 환자를 병원 안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응급차로 이송해온 환자를 병원 안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갈수록 커지는 의료공백

남은 의료진은 번아웃 호소
“조만간 한계… 불안에 떨어”


대형병원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여파로 응급실 내원이 어려워지면서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달라”는 구급대들의 요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9일째 이어지고 있는 현장에서는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28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달 16일부터 26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일평균 ‘병원 선정 건수’는 66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일평균 38건보다 73.7% 늘어난 것이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구급대 요청을 받아 ‘중증·응급환자’는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을 안내하는 업무를 하는데,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응급실 인력이 부족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면서 센터에 병원 선정을 요청하는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응급실의 환자 수용 거부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도 확인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부산과 대전에서는 20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각각 42건, 23건의 구급대 지연 이송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3일 대전에서는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가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해 사망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병원’은 수술을 50% 수준으로 줄이고 있지만,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이 ‘번아웃’을 호소하면서 점점 한계 상황에 치닫고 있다. 서울 지역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3년 차 간호사는 “환자가 줄어서 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내부적으론 언젠가 닥칠 한계에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매일 출근길마다 ‘오늘까진 무사하길’ 기도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4년 차 전공의도 “1∼3년 저연차 전공의들과 나눠서 하던 일을 혼자 도맡는 중”이라면서 “날로 피로가 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진들이 지친 표정으로 병원 내부 의자에서 쪽잠을 청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문의가 당직도 서고, 진료도 보면서 평소보다 40% 이상 ‘업무 로드’가 걸린 상황”이라며 “장기전이 될수록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남대병원에서는 진료 규모 축소를 이유로 간호사 입사 인원을 당초 37명에서 14명으로 대폭 줄이는 등 간호사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병원 측은 “병원 사정상 일부 인원의 입사 일정을 조금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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