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의 이른바 ‘용주골’ 거리 모습. 유튜브 캡처
경기 파주시의 이른바 ‘용주골’ 거리 모습. 유튜브 캡처


대통령 “약자 피 빠는 악질범죄”
불법 사금융과 전쟁 선포했지만
연 이자율136% 고리대금 여전
전체 피해자규모 수십명 이를듯
대다수 성매매업자…진술 꺼려


파주=김현수 기자 khs93@munhwa.com

한때 전국 최대 규모 성매매 집결지로 불렸던 경기 파주 용주골 일대를 중심으로 고금리 불법 사금융이 기승을 부리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부업자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빚을 떠안은 피해자가 나오는 등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금전적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 성매매 업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사금융 피해가 집중돼 경찰이 피해자 진술, 증거자료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파주 용주골 일대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매일 원금과 이자를 수취하는 일명 ‘일수 대출’을 해준 50대 대부업자 A 씨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B 씨 등에게 연 이자율 136%의 일수 대출을 했다. 가령 1000만 원을 빌려주고 100일 동안 매일 12만 원씩 총 1200만 원을 상환토록 하는 방식이다. 매일 상환이 이뤄지다 보니 원리금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할 경우 연 이자율이 136%에 이르는 것이다. 현재 대부업 법정 최고 이자율은 연 20%를 넘길 수 없다.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B 씨를 포함, 5명으로 피해 금액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용주골 일대 성매매 업자를 중심으로 피해 사례가 집중되는 탓에 진술 확보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파주시가 지난해부터 용주골 완전 폐쇄를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성매매 업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 등 사회적으로 몰리는 탓에 피해자들조차 진술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씨로부터 고금리 대출 피해를 입은 전체 규모가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 씨는 “수년 전 빌린 고금리 대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탓에 모자란 금액은 다시 일수를 빌리고 갚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나와 유사한 사례만 수십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로부터 확보한 계좌 내역과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으로 대출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리 대부업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불법 사금융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고, 범죄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며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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