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짐과 동시에 독재·권위주의 정부 체제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는 국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미국, 한국을 포함한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등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세계 민주주의가 연일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작년 2월 20일부터 5월 22일까지 24개국 3만861명을 조사해 28일(현지시간)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자국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만족한다는 답변이 50%를 넘긴 국가는 7개뿐이었다. 한국의 경우 38%만 만족했고 61%가 불만족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14개 국가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국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불만이 큼에도 응답자들은 여전히 대의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정부 유형이라고 답했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긍정 평가가 77%로 다른 통치 방식보다 높았던 것이다. 그다음은 직접민주주의(70%), 전문가의 통치(58%), ‘의회나 법원의 간섭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26%), 군부 통치(15%) 등이었다. 한국은 직접민주주의(78%)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는 대의민주주의(76%), 전문가의 통치(66%), 강력한 지도자(35%), 군부 통치(12%)로 나타났다.
반면 자국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불만이 강력한 독재 체제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권위주의 성향의 정당과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파고들면서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강력한 지도자가 의회·법원 등의 견제를 거치지 않고 결정하는 정부 체제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은 2017년과 비교해 24국 중 8국에서 대폭 증가했다. 독일(6%→16%), 폴란드(15%→25%), 아르헨티나(17%→27%), 인도(55%→67%), 한국(23%→35%) 등으로 대부분 10%포인트 안팎씩 늘어났다. 2017년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국 또한 이번 조사에서 이 같은 독재 체제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26%에 달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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