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의료봉사’ 박언휘 원장

“의사 본분은 생명을 살리는 것
정부도 사안 깊게 들여다봐야”


“환자를 내버려두고 병원 밖에 나간 전공의들은 조속히 복귀하고, 이들을 밀어붙이기만 하는 정부도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고래 싸움에 환자들 등만 터지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지역 노숙자와 불우이웃들에게 의료 봉사를 해 ‘대구의 슈바이처’로 통하는 박언휘(69·사진) 박언휘종합내과의원 원장은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이 왜 병원을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정부도 2000명이라는 숫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안을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역 의료 사정에 밝은 박 원장은 현 의정 갈등을 ‘평행선 대치’로 바라봤다.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를 이해하지 않은 채 공회전하는 사이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박 원장은 “전남 목포 조금 후미진 동네만 가봐도, 의사가 없어서 필요한 진료를 보지 못하는 노인들이 2024년 현재도 많다”면서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방 의대에 강의를 나가보면 수업을 듣던 학생들을 지역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면서 “서울의 성형외과·피부과가 의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상황에서 시스템에 대한 개선 약속 없이 증원만 밀어붙이면 의사들 반발은 당연지사”라며 의료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생명을 볼모로 협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일부 의사들 행태에 대해선 “의사의 본분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며 “애초 ‘나는 왜 의사가 되려고 했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릉도에서 나고 자란 박 원장은 황량한 지역의료 현장과 평생 피부를 맞대왔다. 박 원장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이 없던 울릉도에선 파상풍·맹장염과 같은 증상으로도 쉽게 사람이 죽어 나갔다고 한다. 허약 체질이라 코피를 달고 살던 박 원장 본인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살아서 시집만 가라”는 말을 듣던 박 원장은 아버지가 사준 위인전에서 슈바이처 박사의 일대기에 감명을 받고 의사를 꿈꿨다.

박 원장은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해당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증원과 시스템 개선이 함께 가야 의사들 반발도, 당면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의사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박 원장은 2016년 대한민국 나눔국민 대상 등, 이번 달 LG의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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