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업무 거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은 싸늘하다. 유사 이래 의사는 인술(仁術)을 펼치는 사람이라는 존경심이 있었지만, 그런 신뢰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2024년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나는 의사의 이익과 특권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로 바뀌었다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의 자발적 신문광고(문화일보 28일자 30면)까지 게재될 정도다. 일부 의사 집단을 제외하면 이번 의료 거부 사태에 동조하는 국민은 없다.

집단 사직한 전공의에 대해, 정부는 의료법 제59조에 의거해 29일까지 복귀하라는 명령을 이미 전달했다. 그러나 1만 명 가까운 사직 전공의 가운데 극히 일부가 복귀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단호한 행정적 사법적 조치를 망설여선 안 된다. 그 대상이 수천 명이 되더라도 정부는 국민에게 실상을 설명한 뒤 협조를 요청하고, 국민도 ‘의사 불패’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죄질이 나쁜 전공의들에 대해선 수사·기소 등 사법 처리도 병행해야 한다. 환자 생명과 국민 건강을 인질로 한 반인륜적 행태를 이번에도 엄단하지 않으면 의사 정원 확대는 물론이고 비대면진료, 수가 개선 등 의료 개혁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엄두도 못 내게 된다.

의사라고 위법 행위를 용인하면 법치도 흔들린다. 대형종합병원 응급실·수술실의 중추 인력인 전공의들이 대거 떠나면서 수술 연기 등 304건의 피해신고가 정부 센터에 접수됐다고 한다. 임신부가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아기를 유산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민·형사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 이런 사태를 초래하고도 의사들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부당 명령 전면 철회’ 등 수용 불가능한 요구를 계속한다.

다행히 서울대병원장 등이 28일 전공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 대응이 엄포에 그쳐선 안 된다. 의사 수가 줄고 의료 수요는 늘면서 의사는 특권층이 됐지만, 그에 반비례해 직업윤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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