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만은 노력했는데 구치는 아니잖아?"
올해 남자골프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지 못한 테일러 구치(미국)는 최근 호주 골프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포함한 LIV 골프 소속 선수 다수가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구치는 "메이저대회 출전 자격을 세계랭킹에 근거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적"이라며 "메이저대회에 톱 랭커가 나가지 못하는 것은 그 대회 결과에 대한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이다. 매킬로이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재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가운데 LIV 선수의 출전을 공식으로 막은 곳은 없다. 다만 세계랭킹 등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중심으로 출전권이 배분되고 있다. 현재 LIV에서 경기하는 선수는 공식적으로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일부 선수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얻기 위해 DP월드투어나 아시아투어에 출전하는 실정이다. 이에 구치는 "메이저대회가 세계적인 선수를 모두 나오게 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다. 메이저대회가 LIV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도 기회를 주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치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분명하다. 구치는 PGA투어에서 1승을 경험했으나 LIV 이적 후 지난해에만 3승을 하는 등 선수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PGA투어 통산 상금이 1000만 달러를 넘지 않았던 구치는 LIV로 이적한 지 불과 2년 만에 5000만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하지만 막대한 금전적 이익과는 반대로 구치의 세계랭킹은 급락했다. PGA투어에서 경기하며 31위까지 올랐던 구치의 세계랭킹은 400위 밖으로 밀렸다. 이에 구치는 지난해까지 출전했던 마스터스에 올해는 초청받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을 언급한 구치의 불평에 결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나섰다. 매킬로이는 PGA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니만은 오거스타에 출전하기 위한 충분한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전 세계를 쫓아다녔다. 구치도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니만이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기 전 중동과 호주 등을 바쁘게 오가며 출전 대회에서 연이어 상위권에 오른 것을 칭찬하는 동시에 그러지 않은 구치를 지적한 것이다. 다만 매킬로이는 "전체 맥락을 보면 누군가 유도 질문에 넘어가서 나온 말처럼 보인다"면서 구치의 불평이 온전히 선수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탰다.
물론 매킬로이가 LIV에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매킬로이는 PGA투어에 잔류한 선수 중 가장 LIV에 반발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LIV를 향한 매킬로이의 발언은 유연해지고 있다. LIV로 떠난 선수를 PGA투어가 받아줘야 한다는 발언에 이어 유럽축구의 챔피언스리그처럼 PGA투어와 LIV의 통합리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두 단체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전 매니저에 의해 매킬로이가 LIV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는 "미래는 모른다. 누가 알겠나"라고 웃으며 답했다.
PGA투어의 간판선수인 당장 매킬로이가 LIV로 떠날 일은 없겠지만 과거 매킬로이를 생각하면 LIV를 대하는 그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100% 확신할 수만은 없다. LIV로 떠난 이들 모두가 한때는 PGA투어의 현재이자, 미래였다는 것을 떠올리면 말이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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