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부흥책에도
민간 심리는 여전히 ‘찬바람’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중국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주 남부의 베이하이(北海)의 유명 관광지 인탄(銀灘)해변. 추운 겨울에 관광객 수는 많지 않았지만 적은 손님이나마 유치해보자 곳곳에서 호객꾼들이 다가와 전단지를 내밀었다. 일반적으로 숙박이나 식당, 각종 관광상품 등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몇몇은 현지의 건물과 리조트 등 부동산 구매를 권하고 나섰다. 얼마 전 춘제(春節·설) 연휴기간 광둥(廣東)성 사오관(紹關) 시 기차역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아파트 등 부동산 홍보가 한창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관광지에서 부동산 홍보를 하는 것을 보며 중국 중소도시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일부나마 실감이 된다. 실제 지방도시를 다니다 보면 초저녁에도 불이 켜진 가구가 몇 되지 않는 아파트를 자주 보게 된다. 주변 상인이나 인근 주민들은 해당 아파트가 완공된 지 꽤 지났지만 입주자들이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주택 공실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가장 보수적으로 공실률을 집계한다는 싱크탱크 바이커 (貝殼)연구원은 지난해 대·중 도시의 평균 주택 공실률을 12%로 집계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미 공급 과잉의 기준인 10%를 넘어섰다. 더 작은 중소도시로 확대하면 빈집 비율은 더 클 전망이다. 허컹(賀갱) 전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지난해 말 “중국에 빈집이 얼마인지 전문가마다 내놓는 수치가 다르지만, 일부는 30억 명이 살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빈집이 넘쳐난다고 한다”고 밝혔다. 주택이 공급 과잉 상태가 되면서 건설사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담과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헝다(恒大)나,비구이위안(碧桂園) 등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시작됐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한다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국도 부동산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2월 20일 런민(人民)은행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4.20%에서 3.95%로 0.25%포인트 인하하는 ‘자이언트 백스텝’을 밟았다.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각종 프로젝트에 대규모 융자를 해주는 등 본격적인 시장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부동산업체 융자 지원 ‘화이트리스트’에는 총 5349건의 프로젝트가 포함됐고, 이 가운데 162개 프로젝트가 총 294억3000만 위안(약 5조44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특히 춘제 연휴(10∼17일) 이전인 지난 4일 집계치에 비해 대출금이 113억 위안이나 급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부동산 시장 살리기가 성공할 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알렉스 루 싱가포르 TD증권 거시전략가는 “금리인하가 부동산 투자심리를 부양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등을 확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달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3.97%로 떨어졌지만 주택 판매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1선 도시에서도 이미 수개월 동안 주택 구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1선도시만큼의 매력이 없는 소도시의 빈 집 해결은 더욱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인구 수백만 명 이하의 도시의 주택 재고는 전체 주택 재고의 80%로 모두 소진하는 데 최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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