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은 지난해 1.4%의 저성장에 그쳤던 우리 경제가 올해에는 수출을 중심으로 잠재성장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와 투자가 둔화된 가운데 그나마 수출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덤핑방지관세,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철강, 석유화학 등 장치산업 분야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조치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를 ‘우회’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편법적인 수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호주에서 태국산 투명 플로트 유리에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자 투명 플로트 유리 시트의 가장자리를 살짝 가공한 물품이 수입됐다. 미국에선 멕시코산 직선 형태의 강철봉에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자 직선 형태를 갈고리 형태로 변형시킨 강철봉 수입이 급증했다. 미국의 경우 자국의 반덤핑조치를 우회하는 수입이 증가하자 우회덤핑조사가 2017년 2건에서 2022년 26건으로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여러 나라에서 우회덤핑방지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우회덤핑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우리 관세법에는 무역위원회가 우회덤핑을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덤핑방지조치를 우회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에도 기존의 덤핑방지조치 대상 수입품과 다른 별개의 조사 대상으로 보고 새로운 덤핑조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 결과 정부가 반덤핑조치를 취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산업피해 구제가 지연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덤핑방지조치를 우회하는 행위로 인한 국내산업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회덤핑방지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주요국 사례를 연구해 국제규범에 합치하는 우회덤핑방지 제도 도입 방안을 수립했다. 또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 국제분업과 글로벌 공급망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우회덤핑의 유형 등 제도의 틀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우회덤핑 조사의 근거가 될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5년 1월부터 시행된다. 마침내 우리나라도 그동안 무역구제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우회덤핑에 대한 조사 근거를 갖게 됐고 우회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최선을 다해 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관세청에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새롭게 도입되는 우회덤핑방지 제도는 우회덤핑을 ‘덤핑방지물품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물품을 경미하게 변경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기존 덤핑조사 절차에 없었던 직권조사 근거도 신설했다. 다만, 직권조사는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상황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우회덤핑방지 제도 도입은 우회덤핑방지를 위한 국제적 협조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 추세에 비춰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도입된 새로운 제도가 그동안 우회덤핑으로 인해 피해를 보던 국내기업들이 피해를 회복하고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무역위원회도 불공정무역행위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