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의적절’ 북토크 가보니…
2월 시인 전욱진 낭송 함께 듣고
한달의 기억 나누며 서로에 응원
“연초 계획 단념하는 2월” 농담도
“꽃이 피기도 안 피기도 하는 달”
신이인, 3월 시집으로 설렘 채워
“쌓인 눈 위로는 이미 / 여러 사람의 발자국 / 사랑은 너무하고 무모해서 / 사람을 계속 걷게 했구나”
12명의 시인이 한 달씩 맡아 365편의 시로 일 년을 채우는 ‘시의적절’(난다) 시리즈, 2월의 시인 전욱진은 시에세이 ‘선릉과 정릉’에서 2월을 ‘단념하는 달’이라고 썼다. “1월에 세운 계획들을 작심삼일로 떠나보내고,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단념하기도 했다”는 시인의 창작 뒷얘기를 들으며 독자들은 저마다 공감의 웃음을 터뜨렸다.
4년에 한 번 선물처럼 주어지는 윤일을 기다리며, 30여 명의 독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가득 채웠다. 3월을 미리 살며 ‘이듬해 봄’을 펴낸 신이인 시인에게 전욱진 시인과 겨울을 넘겨주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시의적절 시리즈를 기획하고 직접 1월을 맡아 ‘읽을, 거리’를 펴낸 김민정 시인은 “20년 가까이 정말 많은 시집을 만들며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시가 뭐예요?’ ‘시가 어려워요, 어떤 시집을 읽어야 하나요?’였다. 그래서 일상을 통해 시를 발견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어봤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1월에 진행해보니 시의적절 시리즈의 독자들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며 북토크를 이어가는 취지를 덧붙였다.

“북토크의 3박자는 작가, 독자, 사회자인데 오늘은 완벽한 자리”라는 사회자 신 시인의 말처럼 서로를 향한 애정이 빼곡한 시간의 핵심은 독자가 채웠다. 시를 읽으며 시인과 함께 한 달을 살아낸 독자, 아직 읽지 못해 시인의 시간이 궁금한 독자 모두 저마다의 의미로 즐길 수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시인의 낭송을 음미하거나 시인의 표정과 호흡을 눈으로 따라가는 독자는 물론 시집을 펼쳐놓고 각자 적어둔 메모와 함께 읽는 독자도 눈에 띄었다. 질문을 던지는 독자, 자신의 추억과 감상을 나누는 독자 모두 한자리에서 함께 호흡하며 2월을 완성했다. 북토크에 참석한 한 독자는 “시와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멋있는 일인지 느끼며 행복한 마음으로 2월을 살 수 있었다. 2월을 나누는 오늘 자리 덕분에 봄을 기쁘게 기다리고 3월을 살아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김 시인은 “시인이 낭송해주는 시를 말씀처럼 받기만 하는 북토크가 아니었다”며 “수줍기만 한 독자에서 벗어나 내가 읽은 시의 느낌과 감상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고 감탄했다.
“줄곧 뒤에 있다가 / 시 앞에 떠밀리게 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서툰 사람에 대하여 소명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3월의 시인이 겨울을 건네받는다. 신 시인은 설레고 불안해서 잘 흔들리는, ‘꽃이 피기도 안 피기도 하는’ 3월을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그는 서른 번의 3월에 담긴 낙천으로 가득 찬 책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들의 가방에 넣어주고 싶다’며 3월을 “얼룩진 달”이라고 말했다. 피어나는 꽃으로 하늘이 얼룩지고, 돋아나는 새싹으로 흙이 얼룩지는 3월. 마음에 움트는 무엇들로 인해 얼룩진 3월의 시집을 읽고 나면 또다시 4월의 시인이 나타나 완연한 봄으로 3월을 보내주는 자리가 열린다.
북토크를 마치며 대전에서 왔다는 50대 여성 독자는 “시집을 읽으며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알아주는 전욱진 시인과 꼭 한번 이야기하고 싶어 지방에서부터 달려왔다”며 “보석 같은 시인을 찾아내 기쁘고, 다른 계절을 써낼 시인들과 시가 무척 기대된다”는 말로 만족과 기대를 표했다.
독자를 기다리며 오은 시인은 5월을, 유희경 시인은 9월을 살고 있고, 12월에는 박연준 시인이 기다리고 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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