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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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한국을 포함한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등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세계 민주주의가 연일 후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 수·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국민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해 발표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 점수는 5.23점을 기록했다. 이는 2006년 해당 지수를 작성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다. EIU는 올해가 역대 어느 해보다도 세계적으로 선거를 많이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EIU는 선거를 치르는 76개 국가 중 ‘완전한 민주주의’ 또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인 43개 국가에서만 완전히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국가의 경우 선거가 치러지긴 하지만 형식적인 선거에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국가와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옥스퍼드대 연구 통계사이트 OWID(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178개 국가 중 선거독재(electoral autocracy) 국가는 58개에 달했다. 특히 선거독재 국가에 사는 국민 수는 2016년 17억 2000만 명에서 2017년 31억 5000만 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35억 6000만 명에 달했다.

민주주의가 이처럼 점진적으로 후퇴하고 선거독재 국가가 늘어나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이들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사망하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 선거라는 정치제도가 도리어 민주주의를 해치는 무기가 되기도 하는 점을 꼽았다. 선출된 권력이 자기편에 유리하게 정치의 규칙을 고쳐 쓰며, 선거제도를 강력하게 휘두를 수 있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야금야금, 알게 모르게, 심지어 법적으로 죽어간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를 해치는 주범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해 민주주의를 암살한다는 역설적 설명이다.

한편 EIU에 따르면, 한국은 총 5개 영역(△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 자유)에서 평균 10점 만점에 8.09점을 기록하며 4년째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범주에 들었다. 북한은 끝에서 3번째인 165위로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으며, 평점도 1.08점으로 동일했다. 미국(7.85점)은 29위로 작년보다 한 계단 올랐지만, 8년 연속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분류됐다. 미국은 2006∼2015년 완전한 민주주의 명단에 있다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2016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임기 내내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평가가 하락세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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