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평가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이 중국에 역전당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지난주 나왔다.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해진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과학계뿐 아니라 산업계, 더 나아가 국내 사회 전반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차전지에서만 1위를 차지했고, 첨단기술인 항공·우주 분야는 오히려 역성장하면서 나머지 조사 대상 5개국(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에서 압도적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책 추진계획에 따라 평가 대상을 매번 조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우상향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이 같은 입장을 충실하게 적었지만, 정작 핵심인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기자가 자료에 붙어 있는 그래프와 도표를 찬찬히 살펴봐야만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돼 있어, 과기정통부가 불리한 내용을 교묘히 숨겨두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정부의 2024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불거진 과학계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는 불신만 키울 뿐이다. 불리한 내용을 감추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정부가 과학계 달래기 차원에서 지난 2월 내놓은 연구생활장학금(스타이펜드)에 대해서조차 과학계는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이미 과학계에선 스타이펜드에 대해 “선심성 임기응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실 중국 과학기술의 한국 추월은 예상됐던 바다. 중국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과학기술 그랜드플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과학계 협조는 필수로, 이를 위해서는 이미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소통과 투명한 정보 공개부터 시작돼야 한다. 최근 과기정통부 차관급 인사 3명이 일거 교체됐다. 이를 어긋난 신뢰를 회복하고 분위기를 쇄신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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