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 집단 이기주의’ 비판
경북대 이어 충북대 교수 사의
서울아산 교수들도 “제자 지킬 것”
대학병원 관계자 “몸값 높이기”
암환자권익협 “죽어야 끝나나”
정부가 업무개시(복귀)명령에도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및 고발 처분을 추진하자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의 현장 복귀를 독려하기는커녕 사직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 진료와 의사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날 경우 ‘의료 대란’ 사태가 극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교수진의 사직 행위에 대해 “앞으로 사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형사 고발 등 조치를 앞둔) 제자나 후배를 지킨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정부 정책에) 같이 저항한다는 차원에서 사직에 동참한다는 의미이지만 이런 식으로 나선다면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현재 전공의나 전임의의 이탈만으로 충분히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교수들이 밤새가면서 그나마 병원이 유지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교수마저 환자를 버리는 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최후의 보루도 무너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진짜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는 거냐”며 울분을 토했다.

실제 전날엔 정부의 의대 증원과 전공의에 대한 사법·행정 처분 방침에 반발하며 공개 사직하는 교수들이 연이어 나왔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SNS에 “(의대) 2000명 증원은 분명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고,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결국 밑 독 빠진 항아리에 물 좀 더 넣어주는 의미 없는 단기 정책에 불과하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윤우성 경북대 의대 혈관외과 교수도 같은 날 “선배 의사로서 의료 현장에 서 있는 것이 떳떳하지 않아 사직한다”고 밝혔다.
앞서 3일에는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 울산대 의대 교수들이 성명을 내고 “정부의 전공의 사법 처리가 현실화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현재 사직과 겸직 해제 등의 단체 행동 방식을 놓고 투표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에선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학교 측이 교육부에 의대 증원 숫자를 전달한 것에 반발해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들은 과거에는 학생 증원을 찬성해오다가 지금은 (후배들 편에 서서)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의사들의 결집력을 높여 몸값을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규태·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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