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검수완박’ 문제점은 수없이 제기됐는데, 이번에 현직 판사가 사법 현장 경험을 토대로 그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모성준 대전고등법원 판사는 저서 ‘빨대사회’에서 ‘국회가 국가의 전체 수사 권한을 토막 내면서 사기 범죄 조직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지적했다. ‘앞에서는 형사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뒤로는 사기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어렵게 하는 법률을 지속적으로 통과시켰다’면서 ‘범죄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졌고, 수사기관과 법원은 제대로 된 수사·재판을 할 수 없도록 했다’고 했다. ‘사기 범죄의 천국이 도래했다’고도 했다.

모 판사가 ‘정치권’ ‘국회’라고 표현한 주체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다. 검수완박은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민주당 주도로 검찰청법 등을 개정해 2019년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6대 범죄로 줄이고 수사 개시를 제한하더니, 2022년 4월엔 2대 범죄로 축소했다. 검찰의 사기 범죄 수사도 피해금 5억 원 이상으로 제한했다. 모 판사는 검찰 신문 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한 형사소송법 개정(2020년)에 대해서도 ‘사기 범죄 조직 수괴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를 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모 판사는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형사사법 시스템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결과, 범죄 피해자가 되레 늘고, 좌절감을 느끼고 사직하는 수사관과 검사, 판사들 또한 늘고 있다’고 개탄했다. 따져볼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이제라도 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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