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아버지(서원태 경감·왼쪽)와 내가 아버지의 마지막 근무지인 경북 영주경찰서 동부지구대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현재 나도 영주서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으로 자랑스럽다.
지난 2월 아버지(서원태 경감·왼쪽)와 내가 아버지의 마지막 근무지인 경북 영주경찰서 동부지구대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현재 나도 영주서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으로 자랑스럽다.


■ 자랑합니다 - 아버지 서원태 경감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봐 왔던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 덕에 저의 꿈은 언젠가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경찰관’이 되었습니다.

대학 원서 접수를 앞둔 1월의 어느 날, 아버지 차 조수석에 앉아 ‘경찰관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처음 했고, 그때 아버지께서 건네신 ‘그래… 경찰관은… 무엇보다 사명감으로 하는 거야’라는 대답이 - 당시 신호등 불빛까지 기억날 만큼 -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어요.

아버지의 그 말씀을 마음에 품으며, 저는 경찰관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오랜 수험생활 끝에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노량진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합격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었죠. 아버지는 휴게소에 급히 차를 세웠고 어른이 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를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2016년 6월, 저는 고향과 좀 먼 곳에 발령을 받았었지요. 아버지 또래 선배들이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물으면 자랑스럽게 “경찰관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곤 했어요.

2023년, 저는 드디어 고향인 경북 영주경찰서로 발령받아 아버지와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게 되었지요. 아버지의 정년이 고작 1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던 때였지만, 아버지의 30년이 넘는 - 제가 살아왔던 인생보다도 훨씬 긴 - 경찰 생활의 마무리를 같은 곳에서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러웠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곳에서 경찰생활을 하는 동안, 또 눈 깜짝할 새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함께 근무할 날을 셀 수 있을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네요. 마지막 제복을 벗는 아버지의 모습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어, 하루하루가 천천히 가면 좋겠다는 마음마저 듭니다.

아버지, 저는 글 쓰는 재주도 없고, 그렇다고 또 앞에서 말할 만한 싹싹한 재주는 더 없어서 이렇게 편지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어보았습니다.

아버지, 지금껏 뭐 하나 제대로 해드린 것 없이 항상 받기만 했습니다. 무뚝뚝하다는 핑계로 항상 부모님께 살갑게 대하지 못했지요. 서른 살이 넘고,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으며 조금은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아직 제 역할이 매우 부족하지요? 마음은 정말 그렇지 않은데 말 한마디 먼저 건네고, 통화 버튼 누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버지! 37년, 그러니까 1만3505일 동안 경찰 생활을 하셨는데 이제 퇴직까지 남은 시간이 고작 1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가끔 당직 때, 아버지와 근무 시간이 겹치면 사무실 모니터로 보이는 근무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곤 해요. 저 뒷모습이 곧 나의 뒷모습일까 생각하면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합니다.

아버지, 이제는 저를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께서 살아오신 삶과 이루신 성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겸손하고 열심히 생활하도록 노력할게요.

경찰의 꿈을 결정하고, 합격하고, 아버지가 퇴직하는 순간들을 모두 아버지와 함께 보냈어요. 먼 미래 두고두고 아버지와 그 멋진 순간들을 다시 추억했으면 해요. 가족과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경찰관이 되겠다는 아들에게 처음 말씀해 주셨던 ‘사명감’이라는 숭고한 단어를 항상 마음 깊이 새기며 근무할게요.

인생의 절반도 넘는 시간 ‘경찰관’으로 그리고 ‘훌륭한 아버지’로 살아오신 아버지! 저 역시 아버지처럼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는 그런 경찰관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아버지에게 제2의 인생에 대한 설렘과 행복한 날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충성!

아들 서현동 경사(경북 영주서 교통조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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