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 사태로 의료 공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주최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수요 반차 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 사태로 의료 공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주최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수요 반차 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내일부터 PA 업무보완 시행

수술봉합·중심정맥관 삽입 허용
전문의약품 처방·전신마취 불허
사고 땐 의료기관장이 법적책임
한시적 시범시행 뒤 제도화 추진
“증원 반대” 반차 휴진 집회




정부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을 구분해 업무 범위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 업무 일부를 맡고 있는 간호사들을 시범사업을 통해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조치의 일환이다.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은 지난 2020년 전공의 총파업 당시에도 정부 지시대로 대체 인력으로 일했지만 의사들에게 불법 의료행위로 고발당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단체가 10여 년간 반대한 PA 간호사 합법화가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PA 간호사가 전공의가 기피하는 흉부외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만큼 독립 직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따르면 진료를 보조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일반간호사, 전담간호사(가칭), 전문간호사로 구분된 자격에 따라 설정됐다. 우선 법적 보호 조치가 강화됐다. 보완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장은 ‘간호사 업무범위 조정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주요 진료과와 전담간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간호부장과 업무범위를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간호사 배치를 위한 근거는 문서화돼야 한다. 관리와 감독이 미비해 의료사고가 날 경우 의료기관장이 최종 법적 책임을 진다.

간호사 업무 수행 기준도 구체화됐다. 세부 진료 행위에 따라 간호사별 수행 가능 여부는 다르다. 보완 지침에 따르면 전문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서 기관 삽관(인튜베이션)을 할 수 있다. 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는 수술실에서 수술부위 봉합과 봉합매듭(타이), 수술 보조(1·2번째 어시스트)를 모두 할 수 있다. 모든 간호사는 중환자를 상대로 응급약물투여와 심폐소생술도 할 수 있다. 다만 X레이 촬영, 대리수술,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관절강 내 주사, 배액관 삽입 등은 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사망 진단도 금지돼 있다. 복지부도 ‘간호사 업무범위 검토위원회’를 운영해 의료기관이 간호사 수행 가능 여부를 행위별로 질의할 경우 신속하게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보완 지침은 의료현장에서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 짓고, 간호사들의 법적 보호 요청이 거듭돼 마련됐다. 보완 지침은 전날 의료기관에 배포됐으며, 8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적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행해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업무 범위가 분명치 않고, PA 간호사들이 의사들에게 여러 차례 고발당한 트라우마 탓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의료 현실을 반영해 PA 간호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PA 간호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급증했는데 현재 1만 명가량 활동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PA 간호사는 “원래는 수술실 어시스트만 했는데 지금은 병동에서 드레싱 등 기본적인 잡무를 모두 맡고 있다”며 “필요할 때만 임시로 동원됐다가 전공의 파업 사태가 끝나면 버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간호사 A 씨도 “파업 등 상황이 급할 때마다 (PA 간호사) 법제화가 언급돼 불만”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시범사업을 모니터링한 뒤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도경·김린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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