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4) 가속화되는 인구 절감

■ ‘구약성서’

젊은이의 자식은 장수 손에 들린 화살 가득하면 든든해
현실의 무게 짓눌려 자식 낳지 않는 건 하늘의 복 포기한 것


인구 절벽을 입증할 위험한 수치들이 발표됐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 수는 겨우 23만 명, 합계출산율, 즉 여성이 가임기(15∼49세)에 낳으리라 기대되는 아이 수가 0.72, 4분기만 따지면 0.65라니, 이대로 가면 큰일이라고 난리들이다. 남녀 두 사람이 결혼해 낳을 아이가 1명도 채 안 된다니, 우리나라 인구가 조만간 반 토막이 날 판이다. 그러니 우려의 말이 유난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결혼을 거부하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고, 낳는다 해도 최소로 계획한다. 육아가 너무 힘든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이를 낳으면 낳을수록 돈이 많이 들고, 부모의 수입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가정이 불행해진다는 불안에 휩싸이니, 자식을 많이 낳을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육아가 여성에게 특별히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성도 자기 취향과 능력에 맞게 일하면서 사는 시대가 됐는데도 옛날처럼 남성은 나가서 돈을 벌고, 여성은 집에서 살림한다는 사고방식은 여전하다. 여성은 직장에서 오전 오후 일하고, 저녁에는 집안일과 육아를 책임진다. 직장에서의 퇴근이 집으로의 출근인 삶이다. 아이를 낳으면 낳을수록 여성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고되다.

게다가 출산과 육아는 여성에게 직장 내 불이익의 원인이 되고,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 되곤 한다. 육아휴직이 경력 단절이 되고, 승진의 방해 요소가 되니 말이다. 이런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우리나라 인구 절벽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성경의 한 구절이 달리 들린다. “자식들은 신의 유산(遺産)이며, 태의 열매는 신의 상급이다. 젊은이의 자식은 장수의 손에 들린 화살 같으니, 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을 벌일 때,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시편 127편)

고대 이스라엘의 가장 지혜로운 왕으로 꼽히는 솔로몬의 노래다. 화살통에 화살이 가득한 전사는 얼마나 든든하고 당당한가. 전쟁터에서 그는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적과 담판할 때, 자식들은 얼마나 듬직한 뒷배가 되는가.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다산이 신의 축복인지 의심스럽다. 신이 내리는 축복은 모든 사람이 갈망하지만, 그 누구도 자식을 많이 낳으려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솔로몬의 말에 지혜가 담겨 있다면, 우리는 당장 직면한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지레 겁을 먹고 하늘의 지고한 복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브라함은 99세, 그의 아내 사라는 89세가 되도록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그것이 내내 두 사람을 우울하게 했다.

어느 날 그에게 신이 나타났다. “내가 너로 심히 번성하게 하리니 내가 네게서 민족들이 나게 하리라.” 그리고 그 이듬해 거짓말처럼 아들이 태어났다. 둘은 너무나 기뻐 아들의 이름을 ‘그가 웃을 것이다’는 뜻의 이삭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자 신은 변덕을 부렸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했다. ‘그가 웃을 것이라고?’ 아니, 아브라함에겐 피눈물이 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순종했다. 제단 위에 아들을 올려놓고 칼로 찌르려는 순간, 신은 또다시 변덕을 부렸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아무 짓도 하지 마라!” 가장 소중한 아들조차 신에게 아낌없이 바치려는 믿음에 신이 감동한 것이다. 그리고 축복했다.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가 크게 번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리라.”(창세기 22장)

많은 자식은 가문의 힘이며,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다. 이 말에 고대인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그것이 지금도 유효한 것이라면, 정말 우린 큰 위험에 처한 셈이다. 하늘의 별, 바닷가의 모래처럼 번성하기는커녕, 불에 탄 볏단처럼 잿더미로 바람에 훅 날아갈 판이니 말이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