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스타트업 코리아 지원 확대
지난달 창업지원법 시행령 개정
해외법인전환 플립도 지원 대상
2012년 미국서 창업한 에누마
인력 80%가 한국서 기술 개발
중기부, 글로벌 진출·성장 촉진
세수확보·고용창출 선순환 기대
“2012년 미국에서 기업을 창업한 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지사를 세우게 됐습니다. 현재는 회사 인력의 약 80%인 100여 명의 직원이 한국에서 기술개발 업무를 맡고 있어요.”
교육전문 스타트업 ‘에누마’의 이수인(여·48) 대표는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에 거주하던 중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 권유로 현지에서 창업하게 됐는데, 이제는 다양한 국적을 지닌 투자자들의 투자와 사업 이익의 대부분이 한국의 고용과 기술개발을 위해 재투자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누마는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유명한 기초학습 앱인 토도 수학·영어·한글을 서비스하고 있다. 2019년에는 개발도상국의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진행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디지털 앱만으로 문맹 아동이 기초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표는 “한국인 창업자와 팀으로 이뤄진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한 성과나 브랜드 가치는 결국 한국을 대표하게 된다”며 “특히 양질의 고용을 통해 한국인들의 우수한 기술로 탄생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면서 한국 경제발전에도 일부 기여할 수 있게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해나가는 한국계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한국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학계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해외기반 한국계 스타트업에 대해 각종 규제와 조세 부담 등을 덜어줘야, 이들 기업이 국내 스타트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외 창업기업의 지원 근거와 창업지원사업 지원금의 환수 사유별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과 같은 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간 국내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만 지원하던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내국인이나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창업한 스타트업까지 지원대상에 포함 시킬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지 법인설립→정착→성장 단계까지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을 발표하고 이 같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창업지원법에서 정의한 ‘국외 창업’은 한국인과 국내 법인이 주식 총수나 출자 지분 총액을 일정 규모 이상 소유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법인을 외국에 설립하는 것을 뜻한다. 국외 창업 기업은 현지에서 창업·사업을 시작한 날부터 7년 이내의 법인이다. 특히 한국인이나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창업을 하거나 해외 법인 전환을 통해 진출한 플립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플립은 국내 기업이 외국 법인을 설립한 뒤 신설된 외국 법인의 자회사가 되도록 하는 해외 법인 전환 절차를 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이런 형태의 스타트업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는 한국계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성장 촉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세수확보·고용창출 등 국내 경제 기여 등의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국내외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해외 법인이 필요하다”며 “해외 법인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투자유치 교두보 역할은 물론, 해외 선진 생태계 지식·경험·기술·인재의 국내 유입, 국내 매출·고용 증가 등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에누마 외에 2020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한 ‘스윗테크놀로지’도 미국 현지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고용하고 있다. 미국 본사에 30여 명, 서울에 60여 명이 근무 중이다. 2014년에 미국으로 이전한 ‘센드버드’는 2021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등극하며 국내 자회사를 통해 꾸준히 매출·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다만 플립 활성화 등을 위해선 추가 대책 시행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가정신학회는 지난해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관련 규제애로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계 스타트업에 대한 △각종 정부자금 투자 유치·지원사업 선정 △해외 법무법인·회계법인 연결 및 비용 지원 △양도소득세 면제·과세유예 제공 등 조세부담 완화 등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해외투자 유치 후 현지법인 설립 시 지원하는 ‘글로벌 팁스’를 신설하고, 해외 우수 인력의 국내 유입을 통해 창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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