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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원래 눈물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조그만 일에도 쉽게 울게 됐습니다. 뉴스에서 안타까운 사례를 접하거나, 주위에서 누가 병들거나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눈물이 마구 쏟아집니다.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기가 꺼려지기도 하네요. 그러면서도 슬픈 영화나 드라마는 또 피하지 않고 보게 되는 것을 보면, 제가 우울감을 즐기고 있나 싶습니다. 40대 후반이니 이제 갱년기인가 싶고, 또 자녀들이 다 커서 엄마로서의 제 역할이 줄어든 상황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우울증 초기 증상인지 궁금합니다.

A : 평소 눈물 많다는 것이 우울증·갱년기 핵심증상은 아냐

▶▶ 솔루션


타인의 비극 때문에 울 수 있다는 것은 공감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단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우울 증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은 새드 엔딩을 통해서 마음껏 울고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권민경의 ‘울고 나서 다시 만나’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는 더 슬프지 않으려고 미리 슬픈 상황을 접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슬픈 이야기를 선택해서 읽고, 영상을 보는 과정을 통해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정말로 내 앞에 닥친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슬픈 서사를 통해 위로를 받고자 하는 무의식도 작용할 것입니다. 눈물을 통해서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우울과는 조금 다른 과정으로 꼭 우울을 즐긴다고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울증에 굳이 더 가까운 증상은 공허함을 느끼다 못해 감정이 비어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슬픈 이야기에도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이 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흔히 우울(depression) 증상을 슬픔(sadness, blue, sentimental)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울증을 앓는다면 눈물이 나더라도 그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스스로도 타인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슬픔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 차이를 인식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특정 감정 또는 그 표현 양식 때문에 계속 힘들고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눈물이 많다는 증상만으로 갱년기든 우울증이든 진단할 수는 없겠습니다. 즉 눈물이 핵심 증상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잠을 못 자거나 음식을 못 먹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다른 우울 증상이 존재하고, 거기에 덧붙여 눈물이 많이 나와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울컥하는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치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갱년기도 마찬가지로 여성호르몬의 감소와 함께 생리 주기의 변화, 열감, 식은땀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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