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하락장 속에서 서울에서 순수 소득만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이 3년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구매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들이 고가 주택이 조정을 받는 틈을 기회로 보고 매입에 나서면서 나타난 결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한다면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더 부자가 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Price to income ratio)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KB국민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서울 가구의 중위소득은 7813만 원, 주택 가격은 9억2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주택 마련에 11년 7개월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4분기 13년 4개월 대비 2년 가까이 준 수치다. 주택 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2년 2월(14년 8개월)과 비교하면 2년도 안 돼 3년 이상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아파트 담보 대출자들의 가구 소득과 주택가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2022년에는 소득이 5000만∼6000만 원인 가구가 5억∼8억 원대 주택을 구매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들어서는 소득이 8000만 원에 가까운 가구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구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은 대출이 막혀 있다가 지난해 풀리게 됐다”면서 “여기에 서울의 주택 가격이 대폭 하락하자 고소득 대기 수요층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렇듯 주택 구매 수요가 고가 주택 시장으로 쏠리면서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로 아파트 가격이 양극화하는 현상까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서울 가구당 평균 매매 가격은 12억8359만 원이다. 가장 비싼 곳은 서초구(27억5508만 원)로, 가장 싼 곳인 도봉구(6억2797만 원)의 4.4배에 달한다. 2020년 서초구는 23억3073만 원, 도봉구는 6억2797만 원으로 4배가량 격차를 보였는데 3년 새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관망세가 장기화할수록 가격 하방 압력이 강해져 서울 핵심지와의 가격 격차가 벌어진 상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