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 맹자(孟子)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질고 유능한 인재, 사회적 도덕률, 그리고 바른 정사(政事) 이 3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치국삼제(治國三濟)’이다. 어질고 능력 있는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 (인재들이 모두 빠져나가) 나라가 텅 비게 되고(不信仁賢則國空虛), 예의가 없어지면 사회가 혼란에 빠지며(無禮義則上下亂),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경제가 어렵게 된다(無政事則財用不足).
총선 D-23인 이 시점에 맹자를 떠올리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야말로 치국삼제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물들이 선량으로 뽑혀야 정치인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정치도 제대로 이뤄진다. 그래야 먹고사는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란 말이 공연히 나온 게 아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선거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지만,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 고(故) 로버트 달 미국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시민의 선호에 부응하는 정부’가 핵심이다. 시민 선호의 자유로운 형성과 표출을 담보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주어지고 선호를 전달하는 장치로 선거가 이용된다.
지금 국민의 제1 선호는 무엇인가? 그리고 정당들은 이 선호에 부응할 수 있는 후보들을 공천하고 있는가? 소시민들의 최대 선호는 뭐니 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다. 그도 그럴 것이 소득은 정체 상태인 반면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만이 아니라 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요즘 시장에 나가 보면 어릴 적부터 즐겨 먹던 사과 한 개, 마른오징어 한 마리 사는 데도 손이 쉽게 안 나간다.
물가만이 아니다. 대외적 환경 또한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는 데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던 중국의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중국의 충격을 극복하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다. 게다가 오는 11·5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예상되는 미·중 갈등의 격화 또한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우리의 대중 수출 품목과 수량에 많은 제약이 따를 공산이 크다.
물론 경제 문제는 원인이 복합적이다. 정치권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외 환경은 우리가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과연 여야는 이런 복잡다단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해결하는 데 기여할 능력을 지닌 후보들을 공천하고 있는가.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을 보면 각 정당은 무슨 연예인 띄우듯이 후보를 내세우거나, 특히 야당의 경우 이념적 동질성 또는 개인적인 친소 관계에 따라 이미 정책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전력이 있는 인물도 망설임 없이 공천한다.
1992년 미 대선 당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가 크게 히트했다. 지금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각 정당은 경세제민(經世濟民)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후보를 공천하고 정책 대안으로 표심 잡기 경쟁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