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lobal Economy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국제 무역 결제의 88%가 달러를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달러 패권’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달러의 힘을 이용해 러시아와 중국 등을 견제하며 내놓은 경제제재가 오히려 다른 통화 사용에 대한 수요를 높이면서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등 적대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더 취해진다면 달러화 사용 국가들의 이탈을 장려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각국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의존해온 이유는 달러가 세계 어디에서든 통용되고, 비교적 적은 비용을 부과하며, 대안이 없다는 3가지인데 금융 전쟁이 격화할수록 이 이유는 설득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세계 금융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을 확인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앞서 경고음은 여러 곳에서 나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해 “우리가 달러의 역할과 관련된 금융제재를 사용할 때 결국 달러 패권의 기반을 약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일부 국가는 중국 위안화나 인도 루피화와 같은 대체통화를 찾고 있거나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대체통화를 찾으려는 노력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집중되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위안화의 국제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중국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을 구축했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에는 위안화로 차관을 들여오는 방안을 중국과 논의하고 있으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국가 간 결제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경제 패권에 큰 도전이다. JP모건체이스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시장전략가는 “탈달러화의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이 위기를 통제할 도구를 잃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른 시일 내에 다른 통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짐 오닐 전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칼럼에서 “중국, 러시아 등 신흥 강국 그룹이 자신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미국 중심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흔들기는 어렵다”며 “브릭스 국가들은 저마다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상징적인 성명을 발표하는 것 외에는 무엇을 함께 이루고자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적대적 관계인 중국과 인도가 협력하기 어렵다는 점도 결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