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사진) 대법원장이 취임 100일 동안 ‘중도 지향’으로 대법원을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를 통해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됐던 이념 편향을 바로잡아 조직 안정을 도모하고, 문제점이 드러난 제도는 과감하게 손을 본 것이다.
지난해 12월 9일 임명된 조 대법원장은 19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35년 만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국회 본회의 부결로 인한 사법부 수장 장기 공백 속에서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원칙을 우선시하는 리더십을 통해 대법원을 안정시켰다는 게 법원 안팎의 지배적인 평가다. 지명 당시부터 중도를 강조했던 조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있었던 대법관 인사에서 중도 성향 신숙희·엄상필 대법관을 임명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정기인사에서도 실력 중심 인사를 통해 잡음을 최소화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인사 이후 ‘코드 인사’ 등의 말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법부가 안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안정 속에 필요한 개혁 작업은 시도하고 있다.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축소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했지만, 김 전 대법원장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받은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대한 폐지를 검토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법원장 시절 대폭 축소됐던 법원행정처에 상근 법관을 7명 증원했다. 김 전 대법원장이 폐지한 전국수석부장판사 회의도 부활시켰다. 인사에서는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법원장 추천제를 중단했다. 무엇보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련 대책 수립에 집중했다. 법원장이 직접 장기미제 사건 전담 재판부를 맡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선 재판부의 신속한 사건 처리를 독려하고 있다.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대법원은 국회에 판사 증원 관련법 통과를 계속 호소하고, 일선의 의견을 더 수렴해 추가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조 대법원장이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추진된 압수수색 사전 심문 제도와 야당이 법안을 발의한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불구속 수사하되 일정한 조건을 어길 경우 구속하는 제도) 도입 의사를 밝히는 등 사법부 독립론자의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이나 구속 수사 대상자가 줄어들 수 있어 검찰이 반대하는 사안들이다.
한 원로 법관은 “조 대법원장의 정책을 ‘반(反)김명수’로만 보면 곤란하다”면서 “전임 대법원장이 추진했던 정책 중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적극 승계하고, 사법 행정에 장애가 되는 부분은 손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을 두고 ‘정통 사법부 독립론자’라는 평가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