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틱톡 금지법’을 표결하기 하루 전인 지난 12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앞에서 한 여성이 ‘틱톡 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틱톡 금지법’을 표결하기 하루 전인 지난 12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앞에서 한 여성이 ‘틱톡 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Why - 美 ‘틱톡 금지법안’ 통과

싱가포르·LA에 본사 둔 틱톡
모기업은 中빅테크 바이트댄스
“스파이 우려” 美 불신 못 털어

FBI “알고리즘 탐지 어려워”
가짜뉴스로 여론·선거에 영향
자해 챌린지 등 위험성 커져

美시민단체 “표현의 자유침해”
수십만명 크리에이터도 반발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중국에는 민간기업 같은 것은 없다. 중국 공산당과 관계를 끊거나 미국 이용자들에 대한 접근을 상실하는 것, 이것이 틱톡(Tiktok)에 대한 내 메시지다.”(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 “중국이 틱톡을 이용해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NDI) 국장)

미국 연방 하원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고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틱톡 금지법안)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6개월(165일) 이내에 틱톡 또는 최소 틱톡의 미국 사업을 외국 적대국과 관련 없는 회사에 매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앱스토어나 웹호스팅업체가 미국 내에서 틱톡 앱을 배포하는 것이 금지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도 틱톡 금지법안을 환영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법안이 대통령 책상에 올라오면 곧바로 서명할 것이라며 “상원에서 신속하게 행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틱톡은 중국 지배 기업 판단… 1억7000만 미국인 정보 보호 필요성 = 미국은 이미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부처와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에서 공공 부문 종사자 휴대전화에서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고, 몬태나주는 모든 개인 이동통신 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틱톡을 금지하려는 이유는 한 마디로 중국 때문이다. 미 정치권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강압으로 미국인 절반에 달하는 1억7000만 명 이용자의 개인정보, 위치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틱톡은 본사를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두고 중국 본토에서는 사용 불가능하도록 하는 등 줄곧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자신들이 중국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2021년 싱가포르 출신 쇼우즈 추(周受資) CEO를 선임했고,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해 미국인 이용자 데이터를 텍사스에 있는 미국업체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버로 이전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틱톡이 2022년 발표한 ‘프로젝트 텍사스’는 틱톡과 분리된 독립조직이 직원 2000여 명을 두고 미 이용자 데이터와 앱 내 콘텐츠 추천을 관리토록 했다. 추 CEO는 의회에 “틱톡은 이용자 정보를 중국과 공유한 적도, 중국 정부로부터 요구를 받은 적도 없다. 요구를 받아도 틱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부·의회 등 미 정치권의 불신을 털어내지 못했다. 갤러거 위원장은 물론 캐시 로저스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중국 공산당의 법률은 바이트댄스 같은 기업에 스파이 활동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은 개인·단체·기관이 공안 및 국가안보기관의 정보업무를 지원하고, 2021년 기업이 국가안보기관과 협력해 스파이 탐지를 위해 직원을 교육하고 관련 장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張一鳴)도 2018년 중국 정부가 불건전하다고 판단한 앱 ‘네이한돤즈’를 폐쇄한 뒤 공개 사과하고 당 노선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전례가 있다. 바이트댄스 전직 임원은 같은 해 중국이 미 이용자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틱톡의 데이터 보안을 검토한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미·중 경쟁특위 민주당 간사는 “틱톡이 미국 이용자 데이터는 중국 내 누구도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과 달랐다.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비롯해 각국에서 인기를 끈 ‘프렌치 흉터 챌린지’에 참여한 10대들의 모습.   틱톡 캡처
지난해 이탈리아를 비롯해 각국에서 인기를 끈 ‘프렌치 흉터 챌린지’에 참여한 10대들의 모습. 틱톡 캡처


◇가짜뉴스 유포와 청소년 악영향 우려 영향도 = 이용자 데이터 유출 가능성에 더해 미국은 중국이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알고리즘을 무기화해 가짜뉴스 유포 등을 통해 미국 내 여론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틱톡의 알고리즘과 추천 알고리즘, 영향력 수행능력은 탐지하기 어렵고 이것이 바로 틱톡이 치명적 위험이 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친팔레스타인 해시태그가 달린 동영상 조회 수가 친이스라엘 해시태그 영상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왜곡 논란이 일었고,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작성한 ‘미국에 보내는 편지’가 틱톡을 통해 확산하기도 했다. 틱톡은 페이스북 등 다른 SNS 플랫폼보다 가짜뉴스 등에 대한 규제·단속도 느슨하다는 평가다. 재임 당시 틱톡 강제매각을 앞서 추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틱톡 금지법안에 반대한 이유가 페이스북에 대한 반감과 함께 틱톡이 극우적 내용의 콘텐츠를 유포하는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 틱톡을 통해 위험한 ‘챌린지’ 유행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압박하는 ‘블랙아웃(의식상실) 챌린지’를 따라 하다 숨진 미국 청소년 부모가 틱톡을 고소하는 일도 발생했다. 현대·기아차 일부 모델에 도난방지용 시동제어장치가 없는 점을 노려 차를 훔치는 ‘현대·기아차 챌린지’ 역시 틱톡을 통해 유행했다.

반면 틱톡 금지법안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틱톡에 따르면 700만 개가 넘는 미국기업이 틱톡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거나 판매한다. 또 미국 내에서 최소 22만4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십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틱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도 많다. 올해 27세 최연소 하원의원인 맥스웰 프로스트 의원은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한다. 틱톡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시민자유연맹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도 “명백하고 단순한 검열”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법안을 발의한 갤러거 위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중국과의 분리”라며 “바이트댄스가 소유하지 않는 한 틱톡 이용은 계속 유지되고 개선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틱톡을 미국기업이 소유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중국기업이 소유하기를 바라는가”라며 틱톡 자체가 아닌 중국과의 연관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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