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79년 경기 용인시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아버지(왼쪽 두 번째)와 함께 찍은 사진. 맨 왼쪽에 내가 서 있고, 아버지 옆이 막내 진영, 그 옆이 둘째 수정.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79년 경기 용인시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아버지(왼쪽 두 번째)와 함께 찍은 사진. 맨 왼쪽에 내가 서 있고, 아버지 옆이 막내 진영, 그 옆이 둘째 수정.


■ 그립습니다 - 아버지 아동문학가 목일신(1913∼1986)

2023년은 아버지가 태어나신 지 1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아버지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여러 뜻있는 인사들과 중지를 모아 설립한 목일신문화재단에서는 ‘목일신캠프백일장’과 ‘목일신 문학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책 ‘목일신 평전’을 출간하는 등 여러 뜻깊은 행사를 새롭게 개최하여 11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재단의 이사로 활동하며 행사에 작은 힘을 보태면서 마음속에 계시는 아버지를 매일매일 만나는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아주 가끔 꿈에만 불쑥 나오시던 아버지였는데,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면서 더욱 진하게 아버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80년 전 여중생이었던 아버지의 제자들(탁구 천재 위쌍숙·위순자 자매)을 어렵게 수소문하여 만나서 학문과 탁구 스승이었던 아버지와의 일화를 들었던 일, 아버지의 호인 은성(隱星·숨은 별)을 기리며 ‘소년 목일신’을 발굴하기 위해 제1회로 개최한 목일신캠프백일장에서 두 명의 저학년·고학년 ‘소년 목일신’이 탄생했을 때의 감동, ‘목일신 평전’ 발간을 위한 인터뷰 도중에 37년 전 아버지의 임종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짓던 일 등 한 편의 영화처럼 울고 웃던 한 해였다. ‘목일신 평전’의 편찬 과정을 함께하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시를 썼던 소년 문사의 삶과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불안한 시대의 질곡 속에서 나라 사랑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한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다.

아버지는 조선의 1세대 목회자로서 교회를 개척하며 헌신적인 사랑을 실천하다 독립운동으로 투옥되어 고문 후유증으로 요절한 당신의 아버지를 항상 그리워하셨다. 당신은 아버지가 주위에 베풀고 실천하신 사랑에 비하면 한참이나 모자란다는 말씀을 하곤 하셨다. 독립운동가로, 아동문학가로, 만능 스포츠맨에서 스포츠 지도자로,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삶을 사셨던 아버지는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다하고자 하셨던 것은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보며 사랑을 베푸는 것이었던 것 같다.

머리맡에서 아버지가 지으신 동요 ‘누가 누가 잠자나’를 어머니가 자장가로 불러 주시는 걸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지으신 동시 ‘자전거’나 ‘아롱다롱 나비야’ 등이 나오는 국어책과 음악책으로 공부했던 국민학교 시절의 추억들. 시인이었던 아버지가 주신 특별한 선물은 마음속에 오롯이 자리 잡아 인생살이를 헤쳐 나가는 데 힘을 주는 자양분이 되었다.

추운 겨울 뒤로 거짓말처럼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봄이 오면 더욱 설레는 이유는 3월이면 ‘목일신아동문학상’ 공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2019년에 제정되어 올해 제6회째를 맞고 있으며 공모가 한창이다. 동시와 동화 두 부문에서 올해는 또 어떤 찬란한 숨은 별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아버지, 아버지의 딸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행복을 주변과 널리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보여주신 그 길을 등대 삼아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큰딸 목민정(목일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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