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 시즌2-언더그라운드’에서는 참가자 100명이 동시에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장관이 연출됐다. 몸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이들이었지만 측정 거리에 따라 1∼100위까지 순위가 매겨졌고, 희비가 엇갈렸다.  넷플릭스 제공
‘피지컬:100 시즌2-언더그라운드’에서는 참가자 100명이 동시에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장관이 연출됐다. 몸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이들이었지만 측정 거리에 따라 1∼100위까지 순위가 매겨졌고, 희비가 엇갈렸다. 넷플릭스 제공


■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 시즌2’

사전 퀘스트인 무동력 러닝머신
근육질 참가자들 빠른 포기에
힘·근육만이 ‘강함’ 아님을 입증

경기 트레이드 마크인 ‘공뺏기’
동양인이 흑인 참가자를 꺾기도
협동·지략 팀전선 긴장감 줄어


“인간의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쓴 고통의 역사이자 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출발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이 시즌1 첫 회에서 내세운 대의명분이다. 이 기조는 지난 19일 공개된 ‘피지컬:100 시즌2-언더그라운드’로도 이어진다. 가장 강력한 피지컬(physical)이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몸’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100명이 다시 모였다. 싸움 구경, 불구경이 인류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로 뽑히듯,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평가받은 이들의 몸과 몸이 부딪치는 향연은 여전히 흥미롭다.

‘피지컬:100’의 시작을 알리는 사전 퀘스트에서는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지만, 1∼10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자존심 싸움이다. 시즌1에서는 ‘매달리기’로 승부를 겨뤘다. 힘깨나 쓴다는 근육질 남성들이 정작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철봉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는 쾌감이 상당했다. 이는 ‘강함’을 논할 때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선언으로 읽힌다. 빠르기, 유연성, 지구력 등이 고루 필요하다.

시즌2의 사전 퀘스트는 ‘달리기’였다. 무동력 트레드밀 달리기를 통해 1라운드(10분)에서 50명, 2라운드(7분)에서 40명을 추렸고, 마지막 3라운드(5분)를 거쳐 1∼10위를 정했다. 역시나 대면식에서 큰 덩치로 눈길을 끌던 이들이 먼저 낙오했다. 고작(?) 달리기 앞에서 근육의 크기는 의미가 없었고, 50위 안에도 들지 못한 이들은 팔뚝에 낮은 순번을 새기며 “돼지가 된 것 같다”고 이를 갈았다.

첫 번째 본 경기인 ‘공 뺏기’는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다. 1:1 데스매치며, 3분이 경과했을 때 공을 쥔 자가 이긴다. 완력으로 공을 지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스피드를 활용해 공을 들고 요리조리 피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는 장애물, 수중, 철창 경기장 중 1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키웠다.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인 김동현은 철창 경기장, 수영선수 출신인 정유인은 수중 경기장 등 각각 익숙한 장소에서 싸웠다. 남성 참가자를 대결 상대로 지목한 여성 참가자가 승리를 거둔 경기는 시즌2의 백미다.

이번 시즌2에서는 다양한 인종 간 대결을 비롯해 성(性) 대결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시즌2에서는 다양한 인종 간 대결을 비롯해 성(性) 대결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의 성격이 원초적일수록 흥미롭다는 것은 ‘피지컬:100’ 시리즈가 가진 ‘양날의 칼’이다. ‘피지컬’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몸 좋은 참가자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서로 흘깃 엿보며 인정하거나 견제하고, 어떠한 계산 없이 몸과 몸이 맞붙어 승패가 나뉠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상대적 열세일 것으로 예상되던 여성, 동양인 참가자가 각각 신체적으로 우월한 남성, 흑인 참가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때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반면 지략 싸움이 더해지는 팀전으로 가면 ‘피지컬:100’의 긴장도는 주춤한다. 4회에서는 3개의 점령지에 더 많은 보급품을 옮기는 팀이 승리하는 5:5 대결이 시작된다. 두뇌 싸움이 더해지는 팀 대 팀의 대결은 물론 색다른 재미를 준다. 하지만 ‘피지컬’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본질과는 다소 괴리가 생긴다. 지략 대결이 주축인 ‘데블스 플랜’이나 ‘더 지니어스’에 힘과 스피드 등 피지컬적인 요소를 더한 게임을 넣는다면 이질감이 생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데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팀전을 강화했다. 팀전의 맹점은, 개인적으로 강한 피지컬을 가진 우승후보라도 팀의 일원으로 탈락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협동심과 단결력 역시 게임의 주요 평가 기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100명 참가자의 ‘몸 vs 몸’ 대결을 보려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출연진의 면면은 매력적이다. 역대 가장 빼어난 한국인 이종격투기 선수로 평가받는 김동현을 비롯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유도)와 정지현(레슬링), 압도적인 근육량을 자랑하는 헬스 트레이너 김민수, 세계 소방관 대회 한국인 최초 우승자이자 시즌1에 이어 재도전한 홍범석, ‘생존 근육’으로 무장한 지게꾼과 아보리스트(수목 관리사) 등이 도전장을 냈다. 배우, 아이돌, 아나운서 등 의외의 인물들의 활약 역시 시즌2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총 9부작인 ‘피지컬:100 시즌2’는 현재 4회까지 공개됐다. 오는 26일 5∼7회를, 4월 2일 8∼9회를 각각 볼 수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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