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상승하고 거래량도 다소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벌써 아파트 매매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봄이 찾아왔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0.45% 올랐습니다. 3개월 연속 내림세에서 벗어나, 지난해 9월(0.94%) 이후 처음으로 지수가 상승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575건으로 지난해 9월(3400건)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2월 거래량은 20일 오전 기준 2263건입니다. 2000건에도 못 미쳤던 지난해 11∼12월 거래 실종 상황은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또 부동산 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1∼2월 분양된 서울 분양단지의 3.3㎡(1평)당 분양가는 지난해보다 86%가량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은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우선 서울 실거래가지수 상승은 강북 지역이 이끌었습니다. 소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동북권이 서울 5대 권역 중 가장 큰 폭(1.33%)으로 올랐습니다. 중개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가격이 많이 떨어졌던 지역에서 급매물이 팔린 영향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대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겁니다. 서울 신규 단지 분양가 급등 역시 3.3㎡당 분양가가 1억3770만 원에 달한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 대단지인데도 3.3㎡당 6831만 원에 분양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등 초고가 아파트가 평균을 ‘왜곡’했을 수 있습니다.

건설·부동산 지표가 모두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되레 악화하는 지표도 있습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경기는 내년까지도 부진을 탈출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 1만1363가구에 달해 37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모든 지표가 혼조 상태”라며 “아직은 바닥을 다지고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도 “여전히 저가 매물이 거래시장을 주도하는 등 시장 회복으로 해석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조심스러워하는 국면에서 낙관론에 휩싸여 투자한다면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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