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국제부장

트럼프 범죄에 면책특권 요구
의원 줄 세우고 반대파 괴롭혀
공화당 신예 등 정계 은퇴 선언

민주 ‘비명횡사’ 반대파 찍어내
징역 2년 曺 당 만들어 비례 2번
총선은 훌리건 정치의 심판대


“우리의 자유에 대한 무법적 공격에 고분고분 굴복한다면 우리는 그런 행위를 조장할 뿐 아니라 우리 후손마저 비참한 운명에 몰아넣을 것이다.” 책에만 존재해왔던 민주주의를 세상에 구현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새뮤얼 애덤스의 말이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이념 국가를 건설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됐던 민주주의는 그리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함께 잊혔다.

이후 신대륙에서 8년간의 독립전쟁 끝에 삼권분립, 법치주의 등의 이론에 기반한 민주주의 제도를 최초로 적용한 미국이 건국됐다. 미국 건국 후 민주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미국 등 서방이 내세우는 자유 민주주의든,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 체제의 인민 민주주의든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하지만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다시금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선동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서 면책특권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면책특권을 헌법이나 법률로 명확하게 다루지 않은 허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워싱턴DC 지방법원과 올해 2월 워싱턴DC 순회항소법원 모두 “대통령을 3부(입법·행정·사법부) 모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 삼권분립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을 기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판결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은 미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공화당 내 민주주의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찍어내고 공화당 전국위원회까지 장악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던 인사들도 줄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줄을 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강경파의 움직임에 정쟁은 일상화한 상태다. 공화당은 국경 위기를 주장하면서도 국경 안보 예산 통과는 막았고,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 등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쟁과 민주주의 후퇴에 환멸을 느껴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50명(상원 8명·하원 42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가운데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25명 등 32명은 다른 공직에 도전하지 않고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주 뒤에는 트럼피(Trumpie)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이 있다. 상대 팀과 응원단에 폭력을 휘두르는 훌리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정치인들을 위협한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가 공화당의 신성으로 불리던 마이크 갤러거(40)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갤러거 위원장은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트럼피들에게 시달리다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훌리건 정치로 중도적 인사들이 떠난 정치판은 지금보다 더욱 극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세계가 민주주의 맏형인 미국에 우려를 던지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은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선거유세 도중 뉴욕 등을 오가며 재판에 출석 중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유세를 이유로 12일에 이어 19일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무단 불출석했다. 또, 이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의원들은 ‘비명횡사’로 불릴 정도로 이번 공천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이들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표적이 돼왔다.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았다. 이 대표나 조 대표 모두 민주주의를 흔드는 훌리건들에게 기대는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훌리건 정치를 이번 총선에서 심판하지 않는 것은 애덤스의 말처럼 이런 행태를 조장할 뿐 아니라 우리 후손마저 비참한 운명에 몰아넣는 행위다.

김석 국제부장
김석 국제부장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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