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성남분당을 후보가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기준금리 인하를 요청했다고 밝혀 잡음이 일고 있다. 여권 총선 후보가 중앙은행 총재와 단독 면담을 가진 것 자체가 중앙은행 독립성에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심지어 김 후보는 사실상 이 총재에게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것만으로도 논란거리인데, 면담 시기를 보면 더 ‘아연실색’이다. 면담이 이뤄진 시기는 지난 1월로, 김 후보가 당내 경선을 마치고 막 예비후보가 됐을 무렵 이 총재의 집무실에 인사차 들렀을 때 찍은 사진을 뒤늦게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초접전 상황인 판세를 뒤집기 위해 한은 총재와의 면담 사실을 공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 후보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리 없다.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과 글로벌 경제 흐름까지 모두 아우르면서 판단해야 할 매우 복잡한 문제인데, 김 후보가 이를 마치 지역구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캠페인용 선심 공약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김 후보가 우리나라 사회 전반을 다루는 대통령실 출신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심화 같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통화정책 딜레마가 어느 때보다 큰 시기로, 자칫 금리를 내렸다가는 집값을 자극하고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 이 총재도 이번 기회에 외부 인사와의 교류가 대외적으로 어떻게 비칠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 총재는 ‘소통하는 중앙은행’을 표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와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각계 인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통화정책 운용에 방해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총재가 신뢰받지 못하면 일련의 혁신 노력도 ‘헛수고’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