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태가 한 달을 넘기면서 중대한 변곡점에 접어들었다. 과거의 ‘의사 불패’ 사태들과 달리 의료 거부 비판 여론은 확고하고, 의료계 내부에서 합리적 목소리도 커간다. 의대 증원 2000명 발표에 대해, 일부 의사집단을 뺀 국민 대다수가 호응하고 지역 의료계도 호평한다. 27년간 정원 확대를 막아온 의사 횡포에 대한 반발이자 필수·지역의료를 되살릴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는 의미다.

현실이 이런데도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1개월이 넘도록 대부분 돌아오지 않고 있고, 복귀를 설득해야 할 교수들마저 25일부터 집단 사직하고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직역 이기주의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질책 따윈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새 회장 선출을 앞둔 대한의사협회의 간부는 “14만 의사의 지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했다. 법치와 국민은 아랑곳 않는 행태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루아침에 전공의 대다수가 환자 곁을 떠난 사태를 보면서 국민 대다수는 공부를 잘해 환자 생명과 건강을 다루게 된 의사들이 인성과 공감 능력은 수준 이하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인성과 사회성을 중시해 의대 신입생을 뽑겠다는 김일환 제주대 총장의 구상이 더욱 주목 받는 배경이다. 국가 거점 국립대 총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김 총장은 2026학년도 입시에선 의대 지역인재 전형 정원의 10%는 수능 최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학생부와 심층 면접으로만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이런 시도를 해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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