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 속의 This week
6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전신이 마비돼 70년 넘게 철제 산소통 ‘아이언 렁’ 안에서 살면서도 변호사와 작가의 꿈을 이뤄낸 미국 남성의 이야기가 최근 전해져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줬다. 그가 소아마비에 걸린 1952년은 소아마비 전염병이 창궐하던 때였다. 그해 미국에서만 5만8000명의 환자가 발생해 3145명이 목숨을 잃었고, 2만1269명이 신체가 마비됐다. 소아마비는 원자폭탄 다음으로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폴리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인 소아마비는 주로 아이들이 걸리지만, 성인도 발병할 수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39세에 이 병을 앓고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휠체어에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인류를 소아마비 공포에서 해방한 사람은 1953년 3월 26일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 박사다.
그는 1914년 미국 뉴욕에서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뉴욕시립대를 졸업하고 뉴욕의과대학에 진학해 임상 의사보다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의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1947년 피츠버그 의대 교수로 초빙돼 바이러스 연구소 책임자가 됐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설립한 국립 소아마비 재단의 지원을 받는 연구 프로젝트를 이듬해에 맡았다. 그는 휴일도 없이 하루 16시간씩 연구에 매달린 끝에 백신을 개발했다.
1953년 11월 자신에게 최초의 임상 시험을 한 데 이어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접종했고, 이듬해 180만 명의 어린이가 참여한 대규모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루스벨트 대통령 10주기인 1955년 4월 12일 드디어 “소크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환호했다.
당시 소크 박사는 70억 달러(약 10조 원)로 추산됐던 백신 특허권에 대한 질문에 유명한 답변을 남겼다.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백신이 널리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약회사들의 양도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천문학적인 특허권 등록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그는 백신을 무료로 나눠주고 백신 만드는 방법도 공개했다.
백신 보급 2년 만인 1957년 미국에서 소아마비는 90% 이상 줄었고, 1979년에는 공식적으로 더 이상 발병하지 않는다는 퇴치 판정이 내려졌다. 한국의 경우 1984년 이후 환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2000년 박멸이 선언됐다. 발생 건수가 99% 이상 감소하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국제적 확산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으며 완전한 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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