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사건에 집중되면서
대부분 소모적 정쟁에 휘둘려

법조계 “선별 입건제 도입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이종섭 주호주대사 수사를 두고 공수처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사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가운데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을 모두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속도가 처진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공수처에 고발된 대부분 사건의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재됐다. 지난 19일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미생모)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의 법률지원단 아미쿠스메디쿠스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사의 출국·부임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대사에게 적용된 혐의도 역시 직권남용이다. 군 검찰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게 수사 자료를 이첩하는 것을 보류하도록 지시하고, 수사 자료를 회수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다.

현재 이 대사 사건은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에 배당돼 있는데 수사팀은 고발 6개월이 지났지만, 당분간 국내 체류 중인 이 대사를 소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아직 증거물 분석이 진행 중이고, 주요 참고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수사팀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고발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었다. 수사팀 검사가 4명에 불과해 이 대사 수사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고소·고발 사건은 무조건 입건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공수처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건 입건제를 도입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대한 대부분의 고발 사건이 직권남용 혐의가 될 수밖에 없고, 고발이 남용되는 추세”라며 “직권남용은 입증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대부분 무혐의가 나는데 선별 입건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점 △이에 따라 타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점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단 것이다.

실제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고발사주’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고, ‘옵티머스 사건’을 부당하게 불기소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윤 대통령도 1년간의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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