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인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가 24일 바스마니 지방법원에서 구금 심사를 받기 위해 특수부대원과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TASS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인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가 24일 바스마니 지방법원에서 구금 심사를 받기 위해 특수부대원과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TASS 연합뉴스


■ 러 공연장 테러…137명 사망

IS, 90초 분량 총격 영상 공개
이란 폭탄테러 두 달 만에 만행
신냉전 ‘힘의 공백’ 틈타 활개

러, 우크라 스파이 색출에 집중
美보다 느슨한 경계 탓 표적 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최소 137명이 사망한 총격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슬람 테러리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으로 미국 등 서방의 자유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 간 신냉전 구도에 따른 힘의 공백을 틈타 IS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테러리즘이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는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지난 1월 이란 폭탄테러 이후 두 달여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추가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IS는 이날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22일 발생한 테러 영상을 공개하고 이 공격이 자신들의 아프가니스탄 지역 분파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소행임을 재차 강조했다. 공개된 90초 분량의 영상에는 ‘독점 영상: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이라는 아랍어 자막이 삽입됐고 테러범들이 공연장 복도를 향해 소총을 쏘고 피해자들을 흉기로 찌르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영상 속 한 테러범은 “자비 없이 죽여라. 우리는 신의 대의를 위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S가 러시아가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안보가 취약한 점을 노리고 테러 대상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또 안보 전문가를 인용해 최근 IS가 유럽을 대상으로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공격을 계획했지만 모두 실패한 반면 러시아에 대한 공격은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으로 이슬람 테러에 대한 경계심을 높인 반면 러시아는 기존 병력과 안보 인력을 우크라이나 스파이 및 반러시아 인사 색출에 집중하면서 IS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은 용의자들을 테러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총격 테러 용의자 4명에 대해 오는 5월 22일 정식재판 전까지 임시 구금 명령을 내렸다. 용의자는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5),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날을 러시아 정부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관공서 등에 조기를 게양한 가운데 모스크바 주재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서방의 대사관들도 조기를 게양하고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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