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익사한 사건이 있었다.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군인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재판권을 민간 법원이 갖게 된다. 군사법원이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한 재판권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군사법경찰관도 이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다.
군사경찰과 군사법원이 군인 사망 사건을 수사도 재판도 하지 못하도록 ‘군사법원법’을 개정한 것은, 군이 이러한 유형의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그동안 많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군부대는 민간과 격리된 폐쇄된 공간 속에서 일사불란한 상명하복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그 치부를 감추려는 속성을 갖게 된다. 그러한 면에서 성폭력범죄와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해서 군사경찰과 군사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하는 입법을 마련한 점은 잘 이해가 된다.
그런데도 해병대 군사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 일주일 동안 수사를 했다. 군사경찰이 군인 사망 사건을 자체적으로 수사하지 못하도록 법규를 개정한 취지가 몰각(沒却)된 셈이다. 하지만 관련 규정을 찾아보면 수사를 하면 안 된다거나 재판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은 없다.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이 되면 같은 심급의 민간 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군사경찰의 경우엔 관할이 아닌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규정조차 없다.
어쨌든 군사경찰은 하지 말아야 할 수사를 했다. 그리고 사단장 등 모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려서 경북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그러자 당시 이종섭 장관은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사건 서류를 회수하고, 사실관계만 정리해서 사건을 이첩하라고 지시하게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국방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가했다며 그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해 9월에 고발 사건을 접수한 공수처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딱 한 가지, 출국금지 요청은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관할권이 없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한 경우 수집한 증거의 능력을 인정할 것인가 △민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 수집한 증거만 넘기면 되는가 △아니면 법적 판단까지 해서 함께 전달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판단만 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사실관계만 정리해서 경찰에 이첩하되, 인정되는 혐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전달하지 말라는 지시가 부당하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군사경찰이 수사를 해서 결론까지 내린 뒤에 이를 민간 경찰에 넘기면 경찰이 그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군사법원법’을 개정한 취지에 어긋난다.
공수처는 정치적 독립성을 가지고 고위공직자들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하라는 취지에서 설립된 조직이다. 지금까지 매년 140억 원의 국가 예산을 사용하면서 단 3건만 기소하는 데 그쳤고, 3000여 건은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해 버렸다. 공수처의 수사 능력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 출국금지 사실 등 하지도 않는 수사 관련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려 정부 여당을 곤란케 하는 일에나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정말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