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나눔리더’ 108호인 김병연(가운데) 달구벌죽궁 대표와 그의 소개로 대구 나눔리더 109호, 110호로 가입한 무앗타르(여·21·왼쪽) 씨와 카짐(43·오른쪽) 씨가 함께 웃고 있다.  백동현 기자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나눔리더’ 108호인 김병연(가운데) 달구벌죽궁 대표와 그의 소개로 대구 나눔리더 109호, 110호로 가입한 무앗타르(여·21·왼쪽) 씨와 카짐(43·오른쪽) 씨가 함께 웃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죽궁 배우며 ‘사랑의 열매 나눔리더’ 된 외국인 유학생들

나이지리아인 카짐 씨·우즈베키스탄인 무앗타르 씨
생활비 줄이고 장학금 모아 지난해 100만원씩 기부
“누군가 도와주며 느끼는 마음의 풍요 그자체가 좋아”


대구 =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Donation is rewarding.”

한국 유학 생활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의 ‘나눔리더’ 회원으로 가입된 나이지리아인 카짐(43) 씨와 우즈베키스탄인 무앗타르(여·21) 씨는 ‘기부는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나눔리더는 사랑의열매에 1년 내 100만 원 이상을 기부·약정한 개인기부자를 뜻한다. 경북대 대학원생이던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사랑의열매에 각각 100만 원을 기부해 대구지역 나눔리더 전당에 올랐다. 각각 유학 생활 4년 차, 5년 차인 카짐 씨와 무앗타르 씨는 지난해 한국에서 기부할 곳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때마침 한국 전통 활인 ‘죽궁(竹弓)’을 함께 배우는 한국 친구들로부터 사랑의열매를 소개받았다. 문화일보는 두 사람과 이들의 ‘나눔 친구’를 지난 13일 대구 북구 연암서당골문화센터에서 만났다.

무앗타르 씨는 먼저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한국 사랑’을 풀어놓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주몽’과 같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K-팝’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그는 201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행을 택했다. 중학생 때부터 우즈베키스탄 전통 악기인 ‘두타르’를 연주해왔던 터라 한국 전통문화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고, 해금을 공부하기로 결심하면서다. 무앗타르 씨는 경북대 국악학과에서 해금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같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카짐 씨는 농업토목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2020년 한국에 왔다. 한국과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3년6개월 간의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그는 “한국과 나이지리아를 잇는 다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개했다.

우즈베키스탄과 나이지리아에서 온 두 사람이 한국에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죽궁 덕분이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나전칠기 죽궁’을 개발한 김병연(60) ‘달구벌 죽궁’ 대표는 매주 토요일 연암서당골문화센터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죽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문화와 전통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학교의 소개로 김 대표를 알게 됐다고 한다. 죽궁을 접한 첫 순간부터 주말마다 나와 연습을 하고 있다. 대회 시즌에는 주 2일도 연습한다고 한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죽궁 수업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 덕분이다. 그들은 인터뷰 내내 죽궁 수강생들을 ‘이모’ ‘엄마’라고 부르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이 사랑의열매에 기부를 하게 된 것도 이 가족들 덕분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우연히 김 대표가 자신의 죽궁 센터 회원인 김기호(90) 씨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 김 씨는 2007년부터 17년간 대구사랑의열매를 통해 기부해 온 대구 지역 첫 여성 ‘아너 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회원으로, 김 대표와 사랑의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국에서도 기부를 해온 두 사람은 항상 한국에서도 기부를 하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땅한 기부처를 찾지 못하던 참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의열매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지난해 8월 대구 지역 나눔리더 108호로 선정된 바 있는 김 대표는 “한국인들에게 나누면서 살면 한국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부를 독려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생활비를 줄이고 장학금을 모았다. 무앗타르 씨는 매일 마시던 커피를 줄였다. 커피를 좋아해 하루에 몇 잔씩 마시곤 했는데, 기부를 결심하고 난 뒤로부터는 한 잔도 안 마신 날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조금씩 모은 50만 원에, 죽궁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김 대표로부터 받은 장학금 50만 원을 더했다. 카짐 씨는 대학원에서 지급되는 장려금으로 생활을 하던 터라 외식을 하기보다는 집에서 요리를 해먹었는데,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조금 줄였다고 한다. 그렇게 평소 생활비를 아껴 100만 원을 만들었다. 카짐 씨는 “내가 쓰는 것보다 더 유용하게 써줄 누군가에게 갈 것이기에 더욱 가치로운 절약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무앗타르 씨는 대구 사랑의열매 나눔리더 109호로, 카짐 씨는 110호로 선정됐다.

두 사람은 “이번 기부가 조금 낯설었다”고 전했다. 실명 기부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익명 기부가 주류여서 이들 또한 늘 익명으로 기부해왔다고 한다. 무앗타르 씨는 “실명 기부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해 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어 실명 기부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경북대 매거진에도 우리 이야기가 실려 외국인 유학생도 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카짐 씨는 “외국인도 기부할 수 있음을 알리고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구 죽궁 센터에서 죽궁을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이 30명 이상 되는데, 그 학생들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 기부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무앗타르 씨는 고국의 비영리 단체에도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 나눔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던 부모님의 영향 덕에 어릴 적부터 용돈을 모아 기부를 해왔다고 한다. 그는 “중요한 건 기부를 하는 행위 그 자체이지 국적이 아니다”며 “우즈베키스탄인이든 한국인이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똑같고, 난 그들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기부를 ‘내게 주는 보상’이라고 정의했다. 기부는 겉으로 보기엔 타인에게 베푸는 행위지만, 결국엔 기부하는 사람의 마음이 베풂을 통해 풍요로워진다는 의미에서다. 카짐 씨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느껴지는 마음의 풍요로움 그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무앗타르 씨는 “기부는 선물과 같다”며 “많은 사람이 이런 마음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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