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호 전 국정원장, 회고록 ‘좌파 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 출간
“황장엽 망명 최고 휴민트 작전
돈으로 결코 환산 못하는 가치
文정권이 국정원을 망가뜨려
정보공작 법제화도 서둘러야”
“국가정보원은 북한과 소리 없는 전쟁을 하는 국가 수호의 첫 방어선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폭거로 국정원의 망가진 실태를 증언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병호(83·사진) 전 국가정보원장은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회고록 ‘좌파 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 출판기념회에서 집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뒤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해 국정원을 정상화 시키는 데 이 책이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육사 19기로 베트남전 참전 후 정보업무에 투신해 국가안전기획부 해외 담당 차장, 주말레이시아 대사, 국정원장으로 활동하며 정보·외교·학계에서 경험한 증언들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보인 사실과 함께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탈북과 관련해 그가 안기부 2차장 시절 직접 편지를 보낸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책에서 “황장엽의 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가치였고 안기부가 거둔 최고의 휴민트 작전 성과”라고 회고했다.
또, “국정원이 북한에 휴민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그 가능성을 두드리며 지금도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일심회 간첩 사건 수사 중단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도 폭로했다.
이 전 원장은 2013년 이석기 주도의 통합진보당 내란선동 사건과 관련해 “우리 체제를 흔들 세력이 국회에 진출한 극도로 심각한 사건이었다”면서 “이를 잡아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에선 통진당 계열의 진보당 소속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숙주 삼아 22대 국회에 대거 진출하게 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묻어났다. 이 전 원장은 국가 안보 중추기관으로 국정원의 정상화가 절박하다면서 현실적 대안과 정보공작 법제화 등 입법 과제도 제시했다.
국가 정보기관은 ‘보이지 않는 역할’도 한다. 안기부 2차장 시절 2002 월드컵 유치를 막후 지원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요원이 일본에 기울어진 태도를 보이는데 사우디의 공식 입장 확인이 필요하다는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요청에 따라 사우디를 방문해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국정원 출신 인사들의 친목단체인 사단법인 양지회(회장 장종한)가 마련했으며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박준우 전 세종연구소 이사장,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 등을 비롯해 100여 명의 ‘노(老)정보요원’들이 참석했다.
이미숙 논설위원(전임기자)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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