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씩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특단의 긴급구호조치로 현금을 살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는 데 드는 예산이 13조 원 정도라고 제시했다. 얼핏 보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건설사업 하나 정도인 것처럼 눈속임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생경제를 회복시키자는 데 반대할 사람 없고, 돈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현금 살포가 과연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기억해야 하는 일은, 경제 개입은 어떤 정부의 정책이든 한 방향의 효과만 있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방향 개선을 하려는 조치는 반드시 다른 면에서 의도와 다른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경제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만 취할 수 없고, 공짜는 없다는 게 불변의 진리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제안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첫째, 재난지원금과 같이 현금을 모든 가구에 살포할 경우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검토해 보자.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채를 발행해 돈을 마련하면 빚을 낸 만큼 통화가 증가하게 되고, 가구소비가 늘어나면 경제의 총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통화 확대와 총수요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면 물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세수 확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혹 모를까, 빚을 내면 물가 상승에 이중적인 압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국가채무 수준은 올라가고 재정 위험이 커져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손상은 덤이다.

둘째, 그러면 현재 같은 물가 상승 시기에 민생경제를 회복하는 타당한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세계 정세와 공급망의 불안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줄이면서 물자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높은 물가에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에 집중해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셋째, 13조 원이라는 돈을 현금 지급하는 경우와 타당성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특정 사업 추진에 사용한 경우를 비교해 보자. 저출산 대책, 지역 활성화 대책으로 경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추진 사업은 당장의 재정 지출이 목적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효익을 발생시키려는 생산적인 투자활동이다. 소비활동은 별다른 효과 없이 안 보이게 소진되지만, 잘 계획된 투자활동은 경제 전체에 장기간 효과를 낸다.

넷째, 민주당이 주장하듯 감세정책과 13조 원 현금 살포가 비교될 수 있는 문제인가. 생산활동에 세금이 과도하면 경제 전체가 침체되며 정부는 조세체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일부 세금을 낮추는 정책은 경제 시스템 전체의 활력 제고를 위해 적정한 세 부담을 미세 조정하는 작업이다. 반면, 현금 살포에 의한 소비활동은 아주 단기간 수요만 늘릴 뿐 경제 건전성을 훼손하는 나쁜 정책이다.

이렇듯,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원금은 제2의 소득주도성장, 아니 ‘현금살포주도폭망’에 그치고 말 것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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