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백현동·성남FC’ 관련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3월 28일∼4월 9일) 중 세 차례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소를 법원의 최대 과제로 꼽으면서 일선 재판부가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재판 기일이 잡혀 있는 후보자는 총 3명이다.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이다. 인천 계양을에 후보 등록을 한 이 대표는 대장동 등 비리 혐의 사건으로 오는 29일, 다음 달 2일과 9일에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선거 전날까지 출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전날 열린 재판에서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고 재판부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정치 일정을 고려해서 재판기일을 조정해주면 특혜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이 대표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중 심리 사건으로 2주에 세 차례 공판을 연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불출석하면 구인장 발부까지 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2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이유로 오전 재판에 불출석한 데 이어 19일에는 강원 지역 선거 유세 지원을 위해 재판에 아예 출석하지 않은 바 있다. 22일에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가 심리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수도권에 근무 중인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재판이 1년 6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재판 지연 비판이 많았는데 대장동 재판부가 이런 비판을 많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받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공신선거운동 기간 중 재판이 잡혀 있다. 박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로 기소됐고, 오는 29일 20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박 전 원장 측은 “출석하는 증인이 박 전 원장과 관련이 없어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역시 광주 서갑에 후보 등록을 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 재판도 다음 달 1일과 3일에 열기로 했다. 송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연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다만 송 대표의 경우 구속 상태라 기일이 없어도 선거 유세를 할 수는 없다. 송 대표는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선거운동 기간 전 보석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총선 후보자가 기소된 사건에서 기일이 선거 이후로 잡힌 사례도 여러 건 있다. 박주민 서울 은평갑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 후보자 3명과 나경원 서울 동작을 후보를 포함한 국민의힘 후보자 10명 등은 지난 2020년 ‘국회 폭력 사건’으로 기소돼 서울남부지법에서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재판은 각각 다음 달 17일과 22일에 잡혀 있다.
SNS에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석 국민의힘 충남 공주·부여·청양 후보 공판 기일은 당초 12일로 잡혀 있었지만, 5월 9일로 변경됐다. 그 밖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차규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수진 민주당 경기 성남중원 후보 등에 대한 재판 일정도 역시 총선 이후에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