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가나 정부가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 매만 때리고 사랑이 없다”며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의부·계모에 비유했는데, 재혼·입양 가정에서는 가정폭력이 흔히 벌어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에도 윤 정부에 대해 “회초리를 든 무서운 의붓아버지 같은 모습”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런 인식이 확고한 것 같다. 윤 정부에 대해서는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더라도, 재혼·입양 가정에 대한 비하와 폄훼는 심각한 문제다. 이 대표 본인의 환경에서 연유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의 가정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오류이기 때문이다.

계모는 조선 시대 가부장적 가족질서에서 정착된 말로, 전처 자녀를 괴롭히는 악녀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2008년부터 민법에서 배우자의 직계혈족도 ‘가족’ 범위에 포함하고, 2015년부터 가족부에 ‘동거인’이 아닌 ‘배우자의 자녀’로 표기하는 것은 재혼 가정의 자녀들을 배려한 것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 19만4000건 가운데 22.3%인 4만3000건이 재혼이다. 입양도 매년 3000건에 육박한다. 그들이 화목하게 지내도록 응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 대표는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경기 의정부에선 “경기북도를 분도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가 강원도 비하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21일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총검’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2찍’ 발언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 비하 논란도 있었다. 사실관계는 차치하고 지도자로서의 품성도 저버린 실언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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