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의 공약과 발언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의협은 26일 임 차기 회장이 결선 투표에서 6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역시 강경 주장을 이어온 경쟁 후보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득표를 한 셈이다. 임기는 오는 5월 1일부터 3년이다. 임 당선자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민생 토론회에 들어가려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에게 입이 틀어 막혀 끌려나간 이른바 ‘입틀막’ 장본인이다.

임 차기 회장은 “저출생으로 인해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협상에 앞서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과 윤 대통령의 사과, 안상훈 전 사회수석의 비례대표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그는 의대별 정원 배정이 발표된 20일엔 “파시스트적 정부에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고, “당선되면 (임기 개시 이전이라도)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초강경파다. 의사에게 유리하도록 의사면허 취소 및 수술실 CCTV 설치 등과 관련된 법률을 개정하고,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의사 대행을 금지시키겠다는 직역이기주의 공약도 내놓았다. 대화에 앞서 윤 정부의 완전 굴복과 의료개혁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진료를 독점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불안해하는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정부를 겁박하고 법치 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하고 개탄스러운 행태다.

실현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개원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 의료대란과 국민 불편이 심각해진다. 하지만 의사 증원은 고령화에 따른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사안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의대 2000명 증원’ 찬성 47%, ‘증원 규모와 시기 조정’ 41%인 반면, ‘현행 유지’ 응답은 6%뿐이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의료인들은 정부와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료계와 의제 제한 없이 대화하겠다”고 나서면서 간신히 의·정 대화의 문이 열릴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의협 회장이 초강경 노선으로 막 나간다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은 결국 의사와 국민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일시적으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의료계가 요구해온 협상을 위해서도 명분과 현실성이 전혀 없는 무분별한 주장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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