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명예회장. 효성 제공
조석래 명예회장. 효성 제공


전경련 회장, 한·미재계협회장 등 역임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4월 2일 영결식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지난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 명예회장은 최근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 화학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교수를 꿈꿨으나, 아버지인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부름으로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하며 기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그룹 2대 회장으로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부문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99년 6월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 효성 제공
1999년 6월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 효성 제공


조 명예회장은 기술 경영을 강조했다.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었다. 기술 개발에 대한 집념으로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세계 소재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효성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며 조홍제 창업주 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이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연구·개발(R&D)을 직접 지시한 것이다. 효성은 1990년대 초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스판덱스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이 됐다. 2011년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탄소섬유 독자 개발에도 성공했다.

조 명예회장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전력기기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부터 베트남, 인도, 터키, 브라질까지 현지에 생산공장을 만들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했다.



2007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 당시 모습. 효성 제공
2007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 당시 모습. 효성 제공


조 명예회장은 31·32대(2007~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300만 일자리 창출’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국제교류 활성화, 여성일자리 창출 및 일·가정 양성 확립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며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도 역임했다.

효성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했고, 한·미 FTA 체결 당시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공헌했다. 대일 무역 역조 해소, 한·일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한·일경제공동체 추진 등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8월에는 한·일 우호협력과 관계개선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일포럼상’을 수상했다. 한일포럼은 1993년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설립됐으며, 조 명예회장은 한일포럼 창립멤버였다.



2009년 7월 제주 하계포럼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효성 제공
2009년 7월 제주 하계포럼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효성 제공


조 명예회장은 허례허식을 좋지 않게 여겼고, 회장이라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도 원하지 않아 대부분의 일정에 홀로 움직였다고 한다. 효성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마중 나온 임원들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고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조 명예회장의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4월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영결식은 4월 2일 오전 8시에 열릴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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