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K-팝 시상식이 난립하자,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자정의 목소리를 내며 2012년부터 12년간 이어온 써클차트 뮤직어워즈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제공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K-팝 시상식이 난립하자,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자정의 목소리를 내며 2012년부터 12년간 이어온 써클차트 뮤직어워즈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제공


■ “권위하락 부추긴다” 비판 확산

수십만원 입장권 ‘수익 극대화’
부실한 음향·무대서 가수 추락

시상식 명분 삼아 저비용 섭외
‘참석하면 수상’ 제안하는 곳도

기획사들 “상 준대도 가기싫어”
업계 “팬덤에 편승 하향평준화”


“이젠 상 준다고 꼬드겨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대표는 K-팝 시상식에 관한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 대답에서는 두 가지 속내가 읽힌다. 시상식 참석 가수를 섭외할 때 ‘수상 여부’에 대한 언질이 오간다는 것, 또 하나는 난립한 K-팝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는 게 그다지 영광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1년에 20여 개, 매달 평균 2개씩 열리는 권위 없는 K-팝 시상식의 현주소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는 26일 “K-팝의 성공에 편승하는 쇼 중심의 일회성 이벤트로 퇴색하고 있는 시상식에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음콘협이 운영하던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개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 홍수로 K-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K-팝 시상식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이유는 ‘돈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K-팝 그룹을 한자리에 모으긴 쉽지 않다. 스케줄 조율도 어렵고, 개런티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공연이 아닌 시상식이라는 명목으로 손쉽게 섭외하고, ‘거마비’ 정도만 주고 축하 무대까지 요구할 수 있다.

팬들은 시상식에 참석하는 K-팝 가수들을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대부분의 시상식은 전용 앱을 통한 유료 인기투표를 진행한다. 이는 팬덤 간 경쟁심을 자극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델이지만 시상식이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팬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된다. 게다가 시상식의 입장권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음콘협 측은 “최근 동남아 국가에서 열린 K-팝 시상식의 티켓은 장당 59만 원에 판매됐다. 해당 국가의 1인당 연간소득이 600만 원 수준이고 주 대상이 10∼20대 초반임을 고려하면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한국에서 개최하는 시상식의 티켓값이 통상 1만∼2만 원 수준인데 수익에 집중한 나머지 현지 물가에 맞지 않는 가격을 책정해 K-팝 산업 자체가 해외 팬들의 원성을 듣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높은 티켓값에 비해 시상식의 만듦새는 엉성한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시상식에서는 출연 가수가 무대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고, 미비한 음향 시스템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속출했다. 올해 초 태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 시상식은 개최 2주를 앞두고 아예 취소됐다.

질적 저하된 K-팝 시상식의 이면에는 몇몇 언론사의 욕심이 깔려 있다. 난립한 시상식 중 절반가량은 스포츠신문이나 온라인 연예매체가 주최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오랜 전통을 가진 시상식이 있는 반면 K-팝의 인기에 편승해 최근 몇 년 사이 급조된 시상식이 적잖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용을 줄인 데다가 경험 부족까지 겹치며 졸속 시상식이란 업계와 팬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런 환경을 빤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시상식에 사실상 ‘동원’되는 K-팝 그룹도 많다.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보복 보도를 우려해서다.

팬덤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오히려 응원하는 그룹이 품격을 잃은 수익성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을 만류하기도 한다. 과열 경쟁 속에서 각 주최사들도 섭외가 어려워지자, ‘참석=수상’이라고 은밀하게 제안하기도 한다. 결국 실적과 능력에 따른 시상이 아니라 ‘참가상’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K-팝 시상식의 하향 평준화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산업이 커지면 시상식 수도 크게 늘어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권위 있는 K-팝 시상식마저 동반 몰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면서 “난립했던 문학상의 경우 의식 있는 몇몇 문인들이 수상을 거부하면서 한차례 정비된 경우가 있는데, K-팝 시장 역시 영향력 있는 그룹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수상을 거부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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